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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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19

2025-12
#EDITOR'S PICK #봄내를즐기다
봄내가 추천하는 책
이달의 책
쏟아지는 책들 속에 선택의 고민을 덜어드립니다. 깊이있는 책읽기, 봄내와 함께 해요.

착한 돌멩이 별그리기

변금옥


춘천에서 나고 자라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단에 서 온 변금옥 시인이 두 번째 동시집 『착한 돌멩이 별 그리기』를 펴냈다. 책 속 아빠는 어린 시절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

“넌, 형이잖니?”였다고 고백한다. 그 한마디에 늘 떠밀리듯 양보해야 했던 아이의 슬픔과, 그 기억을 알게 모르게 자녀에게 되풀이하는 어른의 모습이 포개지며, 별은 소원을 비는 상징이 아니라 쓸쓸히 떠도는 마음으로 다가온다(「별 그리기」).

시집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붙잡아 웃음을 건네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을 톡 하고 찌르고는 오래 남는다. 오랜 교사로서의 경험과 어린이의 눈높이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아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얼마나 깊고 다정한지, 책장을 넘기는 동안 그의 교실을 채웠을 이름 모를 아이들이 내내 부러워졌다.


출판사 브로콜리숲

금액 13,000원





동영-사랑밖에 난 몰라

임태리


임태리 작가의 장편소설 『동영-사랑밖에 난 몰라』 는 성소수자로 살아야 했던 자전적 경험을 담은 이야기다. 친구와 연인 사이의 모호한 거리, 들켜서는 안 되는 마음, 혐오와 편견 속에서 버티는 하루들이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포착된다. 웹소설 회사에 재직 중인 작가답게 문장은 주어나 목적어를 덜어낸 단문들로 이어지며 막힘없이, 속도감 있게 읽힌다. 행간 띄어쓰기와 조사도 없고 어려운 단어나 문맥 없이 같은 단어와 문장을 반복해 쓰기도 한다. 작가는 상처 입고 흔들리는 인물들을 끝까지 따라가며, 사랑이 어떻게 두려움을 이기는지 끊임없이 묻는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집착하여 소유하려는 것의 전제는 늘 사랑. 우리는 그걸 가짜 사랑이라 불렀다. 집착하지 않고 소유하지 않는 사랑. 어쩌면 작별이라 부른다. 함께 살아가다 혼자 돌아가는 사랑. 그것은 집착이 아닌 작별을 전제로 한 사랑이다”


출판사 달아실

금액 12,000원





생과사

정승수


『생과 사』는 춘천 출신 정승수 작가가 소년의 시선으로 한국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증언하는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춘천대첩이라고 불리는 춘천 3일 전투를 비롯해 시민들에게 익숙한 거리와 들판, 강변의 풍경을 서사 속에 촘촘히 담아냈다. 총성과 공포, 이념의 폭력 속에서도 서로를 지키려는 이웃의 연대와 선의를 통해 인간다움이 어떻게 끝내 살아남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전투 장면, 피난길의 풍경, 전쟁을 겪는 아이들의 불안과 성장 과정이 세밀하게 그려져, 역사 교과서가 전하지 못하는 현장을 독자에게 생생히 전한다.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에게는 잊혀져 가는 시간을 되살려 주는 기록 문학이자, 이미 알고 있다고 믿었던 전쟁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깊은 성찰의 소설이다.


출판사 북랩

금액 16,7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