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시가 강원생명과학고에 1억 원을 지원해 이탈리아 알마요리학교 연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카페N디저트과 학생들은 이탈리아 북부 미식 도시 파르마의 세계적 요리학교 알마(ALMA) 오븐 앞에 섰다.
9일 동안 빽빽한 실습 수업을 소화하고 돌아온 이들은, 이탈리아 정통 피자 레시피를 시민들과 나누는 자리까지 만들었다.
‘에듀포레스트 춘천’을 표방한 교육도시의 꿈이 학생들의 손끝에서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성황리에 개최된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 현장. 진한 닭갈비 냄새가 퍼지는 가운데 ‘이탈리아 알마 요리학교 정통 피자’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는 부스 앞에만 유독 줄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하얀 조리복을 입고 오븐 앞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은 전문 셰프가 아닌 고등학생들이었다. 처음에는 30판만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 판, 두 판 나갈수록 줄은 줄지 않았다. 피자를 받아 들고 다시 긴 대기 줄 끝으로 향하는 시민도 보였다. 피자는 40판, 50판이 됐다. 결국 70판까지 구웠다.
학생들이 만든 마르게리따 피자를 맛 본 시민들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이거, 어디서 배워온 거에요?

대도시만 ‘명품 교육’? 춘천에서도 가능하다
이 질문의 답은 춘천에서 멀리 떨어진 이탈리아 북부 파르마에 있다. 세계적 요리학교 알마(ALMA)가 자리한 곳이다. 춘천시는 올해 강원생명과학고에 1억 원을 지원해 알마 연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국에서 단 10곳만 선정되는 ‘협약형 특성화고’에 강원생명과학고가 이름을 올리면서, 시는 이 학교를 지역 명품고 모델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성화고 학생들에게도 대도시 못지않은 ‘명품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판단이었다. 이재경 교육도시과장은 “지역 안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전공을 제대로 키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획한 프로젝트”라며 “춘천에서 공부하면 세계적인 요리학교에서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알마요리학교
알마요리학교(ALMA–The School of Italian Culinary Arts)는 이탈리아 파르마에 위치한 세계적 요리·제과·제빵 교육기관이다. ‘이탈리아 요리 교육의 본산’으로 불리며, 전통 식문화와 현대 미식 트렌드를 결합한 실습 중심 커리큘럼이 특징이다.
학교가 자리한 파르마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와 프로슈토로 유명한 ‘미식의 도시’로, 학생들은 최적의 식재료와 장인 문화 속에서 배우는 특별한 경험을 얻게 된다.
학생 선발도 엄격했다. 교사 4명이 서류·면접·학교생활과 자격증 등을 세밀하게 평가해 최종 12명을 선발했다. 출국 전 두 달 동안 이탈리아 셰프를 초청한 마스터클래스도 두 차례 열어 실력 다지기에 나섰다.
이혜원(3학년) 양은 “어릴 때 엄마와 함께 빵 만들던 취미가 꿈으로 이어지면서 이탈리아까지 가게 됐다”며 “고등학생 신분으로 세계 최고 요리학교를 경험했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페N디저트과-이탈리아 알마요리학교 ‘마스터클래스’
숨가쁘게 돌아간 알마의 9일… 제빵·젤라또·피자 실습
학생들은 7월 18일부터 8월 2일까지 14박 16일간 이탈리아에 머물며, 그중 9일 동안 알마요리학교의 정규 실습 수업을 받았다.
지도교사와 학생들은 알마의 엄격한 실습 커리큘럼과 셰프들의 수준높은 강의에 놀랐다고 했다. 첫날은 현지 식문화와 재료 교육으로 시작했고, 다음 날부터 케이크·젤라또·피자·제빵까지 골고루 익혔다.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바빴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인스턴트 이스트 대신 천연 발효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반죽 하나에 하루 종일 걸리기도 했다.¤카페N디저트과 최지훈 교사는 “수업 수준은 성인 과정과 비슷했지만 3학년 학생들의 기본기가 탄탄해 큰 어려움 없이 따라갔다”며 “내년 연수에서는 제빵 시간을 늘리고, 피자·젤라또는 하루면 충분해 커리큘럼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알마 레시피로 채운 귀환 품평회
연수에서 돌아온 학생들은 배운 내용을 머릿속에만 두지 않았다. 교장선생님의 제안으로 품평회를 열며 알마에서 경험한 레시피를 그대로 구현하는데 집중했다. 박하윤(3학년) 학생은 “현지에서도 전 수업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노트에 빼곡히 적으며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동일한 재료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파르마 공작부인’ 케이크에 필요한 마르샬라 와인은 인터넷에서도 잘 보이지 않았고, 며칠을 수소문한 끝에 춘천세계주류마켓에서 겨우 찾았다. 학생들과 교사는 병을 들고 안도와 기쁨으로 서로 얼싸안았다고 회상했다. 한국에는 젤라또 기계도 없었고, 오븐도 알마와 달랐지만, 학생들은 표준화한 레시피를 바탕으로 맛과 질감을 최대한 재현하려 노력했다. 품평회 전 2주 동안 빵과 디저트를 반복 제작하며 교사·학생 간 피드백을 쌓아 완성도를 높였다.


이날 품평회에 참석한 현준태 춘천시 부시장은 “프로와 견줄 만한 맛과 비주얼”이라고 호평했다. 김지영 강원생명과학고등학교장은 “이게 정말 되는구나” 라며 “정말 학생들이 잘하고 왔다,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난 10월 학생들이 참여한 막국수닭갈비축제의 피자 부스는 연수부터 품평회까지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시켜온 실력과 노력들을 시민 앞에 선보이는 무대였다. 전문점 못지않은 맛에 시민들은 놀랐고, 학생들은 배움이 실전에서 빛나는 순간을 직접 확인했다.
춘천시는 내년 이 사업 예산을 1억 5천 만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관광·농업 분야 인재를 길러 지역 정착을 돕고, 수준 높은 미식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향후 춘천의 관광·미식 도시 조성에 힘을 더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춘천시는 이탈리아 알마 요리학교와 한 그루의 나무를 함께 심었다. 강원생명과학고 학생들이 쌓은 경험과 레시피, 시민이 맛본 한 조각의 피자와 빵이 그 첫 번째 나무다.
앞으로 더 많은 전공과 학교, 더 다양한 기회가 춘천 곳곳에 심어진다면, 언젠가 ‘에듀포레스트 춘천’이라는 말은 비전이 아니라 풍경이 될 것이다. 그 숲이 자라기 위해서는 학교와 행정, 지역 사회의 꾸준한 투자와 시민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요리학교로 향했던 첫 걸음이 결국 춘천을 ‘살고 싶은 도시, 배우기 좋은 도시’로 바꾸는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