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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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8

2021.9
#봄내를 꿈꾸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늘 새로운 권선징악 · 사필귀정 교훈이 소설의 매력”
22년째 책 대여점 ‘책즐겨찾기’ 운영하는 유은정 씨의 독서 예찬

 오래된 가게들은 나름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다.

빛바랜 간판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 같은 것들과 함께….

그렇다면 후평1단지시장 입구 맞은편 큰 길가에서 1999년부터 2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책대여점 ‘책즐겨찾기’의 향기는 은은한 묵향墨香일 것 같다.

서가에 겹겹이 채워진 수천 권의 책들이 각각의 이야기들을 검은 활자 속에 간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득 경쟁력부터 궁금해진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웹툰이나 웹소설을 간편하게 내려받아 보는 현실에서

로맨스 소설, 무협지, 판타지 소설, 현대소설, 만화책 등을 빌려주는 아날로그 방식의 도서대여점이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경쟁력이 없어 보이죠? 아니에요. 무엇보다 비용이 쌉니다. 

대여점은 책 한 권당 대여료가 평균 1천 원 안팎이지만, 모바일로 열람하는 웹소설은 페이지 당 1백 원입니다.

한 권당 7.000~8,000원 꼴이죠. 찾아가서 빌리고 반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셈이죠.”

유은정 대표(51)는 “또 종이책 독서가 눈 건강에도 이롭고, 페이지를 사락사락 넘겨 가며 읽는 즐거움은 덤이고,

경험상 모바일보다 종이책 내용이 훨씬 더 오래 기억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책즐겨찾기 대여점’ 유은정 대표


세월의 흔적이 깃든 소박한 간판



 20대 시절 10년 남짓 은행원으로 일했던 그는 ‘책을 너무 좋아해’ 1999년 퇴직금을 밑천 삼아 책대여점을 열었다.

초창기엔 장사도 잘됐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비디오 가게들도 골목마다 들어서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모바일 시대가 열렸고, 웹소설, 컴퓨터 게임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해지자 차츰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미디어의 다양화로 독서 인구 자체도 줄어들었죠. 7~8년 전 까지만 해도 춘천에 50여 곳 정도 대여점이 있었는데,

현재는 저를 포함해 세 군데 정도 남아 있어요.

새로운 독자들도 찾아오지만 주로 단골이 많고 로맨스나 무협, 판타지 등 장르별 마니아층이 대부분입니다.”

유 대표가 보유 중인 도서는 약 3만권. 도서목록은 전부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거쳐 장르별, 작가별로 검색이 가능하다.

회원으로 가입한 후, 전화로 신청하면 해당 도서를 준비해놓는다. 대여 기간은 권당 2박 3일.

현재 단골 회원들은 약 70명선. 혹여 대여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까, 회원들은 로맨스 소설 동호회,

작가별 동호회 등을 만들어 독서 모임을 갖는 등 자발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강릉 출신인 유은정 대표는 7살 때부터 춘천에서 살았다. 유봉여고를 거쳐 강원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춘천여성민우회에서 성평등 강사. 폭력예방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 20여년, 가족 같은 회원들과 더불어 책에 푹 빠져 지냈죠. 돌아볼 때마다 뿌듯합니다.

소설이나 만화 속 세상은 늘 권선징악勸善懲惡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세상이잖아요?

장사 여부를 떠나 나의 노년과 함께할 수 있겠다는 점 때문에, 책 대여점 운영을 지속해 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