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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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8

2021.9
#봄내를 꿈꾸다
로컬푸드가 답이다
춘천 부추, 부산까지 간다



순댓국, 돼지국밥, 오이소박이 등에 들어가는 몸에 좋고 맛있는 부추.

춘천에는 부추 농가가 30가구 정도 있다.

소양강부추연구회 김금수 회장을 찾아 춘천에서 부추 농사 짓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농도시 춘천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도시다.

도심에서 10~20분만 벗어나면 넓은 들판이 펼쳐지고 곳곳에 땀 흘리며 일하는

아름다운 농부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번 달 ‘로컬푸드가 답이다’ 코너에서 찾아간 농가는

10년 전부터 소양강부추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금수 씨의 부추 농가다.


부추밭 바로 옆에 있는 포장실에 들어서자

자동탈피기 돌아가는 소리, 부추의 매운 향, 에어컨의 냉기로 잠시 눈코귀가 얼얼했다.

“춘천 하면 복숭아, 토마토, 오이가 유명하지만 부추만큼 매력 있는 작물도 없습니다.

관에서 조금만 밀어주면 대박 날 작물이지요!”


김금수 씨의 부추 농사에 대한 열정과 자긍심은 대단했다.

20년 전 상추밭을 갈아엎고 부추 농사를 시작한 김 씨는 한동안 부추 농사로 ‘대박’이 났었다.

10년 동안 개별 농가로만 농사를 짓던 그는 생산량이 늘면서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하고 싶어

2012년 다른 부추 농가와 힘을 모아 ‘소양강부추연구회’를 만들었다.

연구회를 만든 후 한때는 단일 품목으로 15억 매출까지 올릴 정도로 성과가 좋았다.





유통 유리 춘천 부추 ‘엄지 척’

대부분의 농산물은 상자로 경매가가 정해지는데 부추는 상자가 아닌 ‘단’으로 가격이 정해진다.

500g 이상만 되면 가락동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데 서로 경쟁하다 보니 요즘은 750~800g이 평균 무게가 됐다.


밭에서 일일이 낫으로 베서 수확한 부추는 벨트가 달린 중간 크기 정도의 포대에 묶여서 포장실로 온다.

묶인 부추를 풀어 1차로 껍질 등을 손으로 일일이 고르고

2차로 자동탈피기로 뿌리에 묻은 흙이나 껍질을 센 바람에 날려 보낸다.

손으로 한 단 분량을 기계에 올리면 자동결속기가 단단하게 단을 묶어준다.

스무 단씩 상자에 넣어서 다음 날 새벽 5시에 가락시장으로 보내면 10시에 경매가 시작된다.


현재 전국적으로 부추 수확이 가장 많은 곳은 양평 양동, 홍천 남면, 원주 문막, 그리고 춘천 4곳이다.

부추 농사는 충청도를 기준으로 딱 둘로 나뉜다고 한다.

충청 이하는 겨울에, 이북은 여름이 제철이다.

열을 많이 내는 작물이기 때문에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시원한 게 중요하다.

서울~춘천 간 교통이 좋아지면서 춘천 부추는 매우 경쟁력이 높아졌다.


“부추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 경상도입니다. 그쪽 사람들은 식탁에 생식으로 부추가 자주 올라가요.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 부산인데 가락동에 부추를 보내면 춘천 부추를 매우 선호해요.

오랜 농사 노하우로 품질이 좋고 유통 경쟁력이 있으니까요.”



부추 포장 작업 중인 ‘소양강부추연구회’ 김금수 회장



부추 농사 매력 있다

부추 농사는 은근히 까다롭다.

특히 고온다습한 여름에 물을 적당히 주는 일이 쉽지 않다.

적게 주면 마르고 많이 주면 물러지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와 바닥의 점적호스를 이용해 그때그때 기후 조건에 따라 물을 잘 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추는 뿌리 부분이 아닌 잎끝 부분이 신선해야 값을 잘 받고 신선함이 오래가도록 유지하는 게 생명이다.


“다른 농작물에 비해 점적호스를 촘촘히 깔아야 해서 시설비가 많이 들어요.

관에서 보조사업으로 이런 걸 해주면 좋겠죠.

포장실도 늘 낮은 기온을 유지해야 해서 비닐하우스에 항상 에어컨을 틀고 있는데

건축용 널빤지인 패널로 지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홍천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데 춘천은 안 된다니 방법을 찾아줬으면 좋겠어요.”

부추는 365일 아무 때나 심을 수 있는 데다 한 번 모종을 심으면

최소 4년은 수확할 수 있어 종잣값 등 매년 투자 금액이 다른 작목보다 적고 실패 확률도 적다.

첫 수확 후 25일이 지날 때마다 여러 차례 더 수확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다만 계속 베다 보면 점점 잎이 가늘어지고 힘도 약해져서 한동안은 휴면을 시켜 뿌리로 양분이 가게 해야 한다.

춘천의 경우 4월 중순에 대부분 첫 수확을 하고 10월 말이면 농사를 마무리하는데

날씨를 봐서 더 빨리 출하를 하고 싶으면 3월에도 하고

더 늦게까지 하고 싶으면 12월까지도 할 수 있다.


부추는 일 년에 세 번 가격이 좋다.

7월 말에서 8월 말 한달간은 부추꽃이 피는데 이때 수확량이 적어 가격이 올라가고,

아래위 지방의 농사철이 겹치기 시작하는 이른 봄과 늦가을에도 수확량이 적어 가격이 좋다.

“농사짓는 사람이 제일 힘든 게 농산물은 공산품처럼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거지요.

시장 법칙에 따라 값이 정해지는데 인건비, 시설비, 포장비, 물류비 등 기본 비용은 변함없이 들어가지요.”


인터뷰 내내 관에서 조금만 밀어주었으면 한다는 얘기를 하는 김 씨의 소망이 농부 한 사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작물마다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줘서 농민들이 행복한 춘천을 만드는 것이 모든 시민이 행복해지는 길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