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학교 미래광장과 도서관. (사진 강원대학교 제공)
1. 춘천 가는 기차
춘천을 갈 때마다 ‘ITX-청춘’을 이용한다. ITX는 Intercity Train eXpress, 도시 간 특급열차의 준말이다.
‘청춘’은 청량리와 춘천의 머리글자를 따왔다. 서울과 강원도를 ‘청춘’이 잇는다.
산과 강과 호수가 유독 눈에 띄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절로 20년 전 청춘 시절이 떠오르고는 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청춘들이 이 기차를 타고 춘천을 오갔을 것이다.
30만 인구에 견주어 춘천은 대학의 수가 유독 많은 도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대학교, 한림대학교, 춘천교대를 비롯해 규모가 큰 주요 대학들이 포진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학 상권 움츠러들어
안타까운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대학도 비대면 수업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ITX-청춘을 타고 집과 학교를 오고 가는 학생들이 대폭 줄어들었다.
대학 주변 상권의 활기도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단정 짓기도 힘들다.
구조적인 인구 변동을 살펴볼 필요가 크다. 학생의 인구수는 갈수록 줄어든다.
지방대학의 위기가 점점 더 실감을 더해 간다. 대학생이 북적거리던 대학 도시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ITX-청춘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면면이다.
100세 시대 60 청춘 시대를 살아가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적지 않다. 당장은 여행과 관광을 위해서 기차를 타고 계시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분들이 미래의 ‘대학생’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의 대학은 더 이상 20대 초반, 특정 연령에 한정되는 고등교육기관에 그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평생학습을 지향하는 전 세대의 대학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ITX-청춘은 일생을 배우고 익히고, 다시 배우고 또 익히는 여러 세대의 대학생들로 채워질 수도 있다.
2. 대학도시
해외에서 주목받는 것으로 은퇴자 주거단지가 있다.
은퇴한 고령자들이 지속적인 돌봄을 받는 마을이 여기저기 생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돌봄은 건강만을 뜻하지 않는다. 생활 전반에 걸친 보살핌이다.
의료서비스를 넘어서는 포괄적 개념으로 갈수록 주목받고 있는 것이 교육, 재교육이라고 한다.
행복한 여생을 위하여 일과 학습 및 자율적 봉사를 통한 ‘적극적인 주체’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주민들과의 활발한 교류도 중요하다. 그래서 점점 더 대학연계형 은퇴자 주거단지가 각광을 받고 있다.
베이버부머들은 소비력이 높고, 은퇴 후 남는 시간도 많다. 게다가 지적 호기심이 높다.
이들에게 딱 맞는 곳이 대학이다. 대학이라는 공간 및 인접한 공간은 은퇴자들이 안착할 수 있는 너무나도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대학과 주변 지역의 기반 시설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20대 초반의 특정 연령대만 대상으로 한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유입이 가능하다.
미 UCLA ‘유니버시티 은퇴 커뮤니티’ 인상적
10년 전 UCLA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으로 LA 캠퍼스에서 연구한 것이다.
UC Davis, 데이비스의 ‘유니버시티 은퇴 커뮤니티’가 인상적이었다. 이 주거 단지는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대학연계형답게 전체 거주자의 50% 정도가 대학에서 은퇴한 교수나 직원들이었다.
대학은 단지 내 거주자들에게 대학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대학 내 특강도 들을 수 있다.
또한 거주자들이 강사로 나설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에게 주거단지 내에서 자원봉사를 할 기회도 주고 있다.
자연스레 세대 간 교류가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도 젊은 학령인구의 진학에만 의존하는 대학의 경영 방식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고착화된 저출산으로 젊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적 · 시간적 여유가 있는 단카이세대를 대상으로 각종 강의뿐만 아니라 체육활동과 레크리에이션을 제공하려 한다.
고베시에 있는 간사이대학도 대학연계형 은퇴자 주거단지를 만들었다.
여기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대학캠퍼스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대학도서관과 식당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춘천은 은퇴 후 삶 준비하기에 최적의 도시
우리나라도 대학도시 모델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대학은 평생교육을 통해 놀거리와 배울 거리를 동시에 제공하면서 귀향인을 끌어들이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춘천은 여러모로 최적의 위치에 자리한다. 서울에서 아주 멀리 있지도 않으면서
지방의 한적함과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대학들도 다수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 이후에도 30년, 제2의 삶을 준비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기회도 제공한다.
대학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욕구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이들은 새로운 지식 습득과 직업교육만큼이나 함께 어울릴 공간을 간절히 원한다.
춘천의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주거지를 마련하고 대학에서 제공하는 교육과 문화생활을 매개로 서로 어울릴 수 있게 할 수 있다.
대학이 은퇴자들의 새로운 사업, 로컬 비즈니스를 구상하는 인큐베이터가 될 수도 있고, 여기에 20대 학생들이 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래형 대학도시의 요람으로 춘천이 거듭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