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쓰레기 문제, 환경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있을까?
춘천시정부는 2024년까지 쓰레기를 50%로 감량하는 ‘제로 웨이스트 춘천, 2450 플랜’을 추진 중에 있는데
이를 잘 실천하고 있는 신북읍 산천2리 마을을 찾아갔다.
쓰레기더미로 몸살을 앓았던 산천2리 마을회관 주변 곳곳을 꽃밭으로 조성했다.
노인회 앞장서 자원순환 실천
신북읍 산천2리 마을회관 앞은 한때 불법 쓰레기 투기로 몸살을 앓았다.
마을 주민이 내다 버린 쓰레기뿐 아니라 외지 사람이 차에 싣고 와서 버린 쓰레기도 많았다.
보다 못한 마을 이장과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걷어 CCTV 4대를 설치했다.
CCTV 분석 결과, 쓰레기를 4톤 트럭에 무더기로 싣고 와서 쏟아버리고 가는 양심 불량자도 있었다.
“마을 주민은 계도를 하고 외부 불법 투기자는 시 자원순환과에 모두 신고했어요.
과태료가 무서운지 CCTV 설치와 고발 조치 후 더이상 쓰레기 투기는 없었습니다.”
김준해 산천2리 이장의 말이다.
김준해 이장과 주민들은 마을 하천을 뒤덮고 있던 쓰레기를 모두 치우고 마을회관 주변을 꽃밭으로 만들었다.
폐박스와 폐비닐, 소주병, 맥주병처럼 돈이 되는 자원은 팔고 페트병과 캔은 이물질을 제거해 고물상에 수거를 부탁했다.
코로나 19가 심해지고부터는 많은 사람이 모이지 못해 분리수거를 고정적으로 담당할 주민 6명을 정해
주중 오후 6시 반부터 9시 반까지 일일이 작업을 하고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올바른 재활용품 배출법을 설명한 결과 지금은 그 시간에 맞춰 다들 알아서 분리배출을 잘하고 있다.
“쓰다 남은 농약병을 그대로 두면 강이 오염되고 환경이 파괴되는데 모아서 팔면 돈이 되고 시에서 보조금도 나와요.
폐비닐 같은 영농폐기물도 마찬가지고요. 단, 비닐하우스의 투명 비닐과 밭에 까는 검정 비닐을 분리해서 배출해야 합니다.”
안병자 노인회 총무가 재활용품을 판 돈이 입금된 통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산천2리 마을 노인회가 지난해 처음 재활용품 판매로 번 돈은 28만3천원이었다.
폐박스부터 시작해서 폐비닐, 농약병, 헌옷 등을 판매하면서 수익이 조금씩 늘어났다.
“이웃마을 천전리에 교통사고를 당해 딱한 이웃이 있다고 해서 100만원을 기부했어요.
수거하느라 고생한 사람들 고기도 사주고 했는데 그래도 잔고가 800만원이나 남아있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불우이웃도 계속 돕고 마을 발전을 위해 써야죠. ”
김준해 이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을 공동 사업을 벌여 주민 공동 소득을 창출하는 방도를 계속 고민 중이라고 했다.
깨끗이 정돈된 마을회관 앞 재활용품 선별장
소나무 마을숲 복원
산천2리에는 예부터 소나무가 빽빽한 전통 마을숲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소나무들이 시들시들하더니 무려 50여 그루가 죽어버렸다.
게다가 마을숲 바로 옆에 타지에서 온 개인이 하천 점용 허가를 받아 농사를 짓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곳은 조상 대대로 이어 온 마을숲이에요. 마을 공동 자산이란 말입니다.
훼손되고 소멸돼 가는 걸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어 시 녹지공원과를 찾아가 소나무숲의 복원 방도를 마련해달라고 했어요.”
다행히 녹지공원과의 협조로 죽어 가는 소나무를 살리고
이미 죽은 소나무 자리에 다시 소나무를 채워 지금은 반 정도가 복원됐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마을 주민이 똘똘 뭉쳐 해결 중이다.
소나무 화가 초빙
지난 5월 산천2리 주민들은 ‘소나무 작가’로 유명한 한국화가 우안 최영식 작가를 마을회관 2층의 입주작가로 초빙했다.
“산천2리는 곳곳이 소나무숲입니다. 산천2리를 소나무 테마 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저를 불러주셨는데
만나는 주민마다 잘 오셨다며 반갑게 맞아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최영식 작가는 주민들의 환대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그림을 두 점씩 마을회관에 번갈아 걸기로 했다.
또 작업실 앞에 소나무 벽화 작업도 준비 중이다. 원하는 주민에게 그림 지도도 해주고 있다.
마을을 다니다 보면 담장을 없애거나 낮춰서 누구나 구경할 수 있도록 잘 꾸며둔 집들이 있는데
이런 집들에는 원하면 가호도 지어주고 서각도 새겨준다. 이미 송석정, 이솔헌, 송현산방 등 다섯채의 이름이 지어졌고
앞으로도 이런 집들을 많이 만들어 산천2리의 볼거리가 되게 할 계획이다.
또 마을 하천을 살려 물고기가 사는 생태하천을 만들고 산책로와 마을 둘레길을 조성해
누구나 찾아오고 싶은 마을을 만들 꿈도 가지고 있다.
춘천시정부는 시민주권과 지속가능을 시정부의 양대 철학으로 삼고 있는데
실제 이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마을이 산천2리가 아닌가 한다.
‘정책’만큼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산천2리 주민의 노력이 좋은 결실로 맺히기를 바라며
춘천의 모든 마을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산천2리만 같았으면 좋겠다.
산천리 전통 마을숲 복원 사업을 위해 힘쓰고 있는 산천2리 김준해 마을 이장(오른쪽)과 소나무 화가 최영식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