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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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5

2020.8
#봄내를 꿈꾸다
봄내골 이런 가게 8
강동대장간
“내가 만들지 않은 물건은 안 팔아”


“내가 만들지 않은 물건은 안 팔아”



소양로 큰 길가에서 메질 소리가 들린다.

조용한 동네에 무슨 일이 있나 하고 가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대장간을 만나게 된다.

호미와 식칼, 낫, 괭이 등 대장장이가 만든 몇 가지 안 되는 물건이 놓여 있다.

한여름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대장장이의 메질에 낫이 날을 세우며 제 모양을 갖춰 간다.



메질에 담금질… 하루에 평균 낫 10개 만들어

강동대장간은 1963년 박경환 대장장이의 아버지인 박수연 대장간기능전승자가 문을 열었고, 이어 박 씨가 1996년부터 맡아 운영하고 있다. 대장간 나이가 58세이니 53세인 박 씨보다 더 연장자다. 3,500℃를 웃도는 화덕 앞에서 쇠를 두들기는 그의 등이 몹시 휘어 보였다.

“대장장이치고 어깨가 안 굽은 사람은 없지. 안 휘었다면 대장장이가 아니지. 날라리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면 판매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의지가 느껴진다. 이것저것 사다가 파는 일반 철물점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루 종일 일해서 만들 수 있는 물건의 종류와 개수가 한정돼 있다. 낫 하나 만드는 데 평균 500~600번 정도 메질을 하고, 그 뒤 갈고 담금질까지 해야 하니 하루 ‘중낫’이라면 최대 16개를 만들 수 있다. 그것도 지칠 정도로 해야 최대 16개, 평균 잡으면 하루 10개 정도 만들 수 있다.



전국 각지서 주문 생산 들어와

낫이 주로 많이 나가지만, 호미와 괭이 등 생활농기구가 강동대장간의 대표 상품이다. 건설공구도 만들고, 부엌에서 쓰는 식칼도 만든다.


대장간이 유명해져서 전국각지에서 주문 생산이 들어온다. 일반 농기구 외에 특별 주문 제작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처음 칼을 사러 와서 비싸다고 했다가 만드는 과정을 보고는 돈을 더 내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팁처럼 더 주는 것 같았지만, 안 받았지.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은 좋았어. 그런 분 때문에 힘이 나지.”

박씨는 1996년부터 아버지 밑에서 10년간 메질을 했다.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아버지와 일할 때, 주거니 받거니 가장 행복했어. 그때가 봄날이었지.”



장남, 대장간 이어받으려 기술 공부 중

박 씨가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웠듯, 그의 아들도 대장간을 물려받으려 하고 있다.

“한 가족 정도는 먹고 살 수 있지만, 점점 힘들어져. 그래서 아들에게 그랬어. 대장간 하나로 네 대에서 먹고 살기는 힘들 것 같다. 사회생활도 해보고, 자기만의 기술 하나를 만들어 와라. 다른 기술을 마스터한 후에 내 기술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지.”



고등학생 때부터 방학마다 메질을 배웠다는 박 씨의 장남은 제대하고 직장 생활을 한 후 현재는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특수대학에서 다른 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4~5년 후 강동대장간에는 삼대째 이어지는 대장간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더해질 듯하다.



“대장간 사라지는 이유, 한 번쯤 생각해주길”

“우리 전통 식칼은 앞날이 이렇게 올라간 이유가 있어. 솥뚜껑 위에서 전을 잘라야 하니까….”

대장간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호미와 낫 등 재래식 농기구에 대한 이야기, 대장간의 전통, 철에 대한 이야기 등등…. 대장간이 사라지면, 그 많은 이야기도 모두 사라질 수도 있다.


“중국산 제품과 가격을 비교해. 기운 빠지지. 누군가는 지켜야 하는데 요즘 자꾸 버겁다는 생각이 들어. 업이니까 하지만, 전통 대장간이 요즘 사라지는 이유를 모두 한 번쯤 따져봤으면 좋겠어.”


소양로 158

255-3007

오전 9시~오후 6시(토·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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