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백세시대 멋진 골드’의 주인공은 71세 숲해설가 이완래 씨다.
그를 추천한 산림문화협동조합 ‘더그루’ 조병완 사무국장의 말에 따르면 지구에서 그를 싫어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단다.
‘지구 대표 좋은 사람’ 이완래 씨를 ‘더그루’ 사무실과 화천 딴산숲체험장에서 두 번 만났다.
예비군 중대장 숲해설가 되다
“2005년에 삼봉휴양림에 놀러 갔다가 숲해설 하는 걸 봤어요. 그때 숲해설가 분이 서울 출신이었는데 설명을 하시다가 식물 이름 하나를 깜빡했어요. 저는 시골에서 자라서 딱 보니 무슨 식물인지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알려줬더니 어떻게 알았냐며 제가 이 직업에 어울린다며 권유를 하더군요.”
권유를 받음과 동시에 숲해설가라는 직업이 확 끌렸다는 이완래 씨. 이듬해인 2006년 춘천 생명의 숲에서 하는 숲해설가 양성과정을 듣고 민간자격증을 땄고 2010년엔 국가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보통 숲해설가는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숲해설가들의 협동조합인 더그루가 생기면서 조합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더그루의 조합원은 총 65명.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보다 보수 등 복지가 훨씬 좋고 동료들과 함께해서 더더욱 좋다고 했다.
동광오거리 근처에 있는 더그루 사무실에 가보니 조합원들이 컴퓨터 작업에 푹 빠져 있었다. 숲해설가는 숲 해설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수업 준비를 위해 각종 자료 수집 등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이완래 씨는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직업군인으로 6년간 복무하다 교동에서 예비군 중대장으로 55세까지 일했다. 2007년 전역을 앞두고 숲해설가 자격증을 따서 지금 한창 제2의 인생을 살고있는 중이다.
숲에서 아이들 만나 행복
숲해설가가 돼서 뭐가 좋은지 물었더니 세 가지를 꼽는다. 일단은 공기 좋은 곳에서 일하니 건강해진다.
“숲해설가의 직장은 숲이죠. 직장이 숲이니 얼마나 좋겠어요. 친구들은 다 당뇨약이며 혈압약 먹는데 저는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덕분인지 아직 거뜬하네요.”
두 번째로 좋은 것은 손주 같은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다. 아이들을 보면 저절로 나이를 잊는다고 했다. 쳐다보기만 해도 좋은것 이 숲이고 아이들 아닌가.
“숲 해설의 특성상 모여서 뭔가를 관찰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항상 보면 적극적인 아이들은 앞으로 오고 소극적인 아이들은 뒤로 물러나 있어요. 그러면 저는 뒤에 있는 아이들을 일부러 불러다 앞에 세워요. 그러면 그 아이들이 조금씩 적극적으로 변해갑 니다. 아이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지요.”
세 번째로 좋은 것은 숲에서 인생을 보는 거라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인생과도 같고 나무들이 더불어 사는 것도 사람사는 거 같단다.
“비바람에 쓰러지는 나무들이 있죠. 잘 지켜보면 아파도 성장하고 있어요. 건강한 나무들과 의지해서 다시 잘 자랍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잖아요. 상처가 있어도 그 시간만 이겨내면 잘 살잖아요. 나무들을 보면 치유의 힘을 믿게 되고 희망이 생깁니다.” 숲에서 인생을 배우고 철학이 깊어져서일까. 그의 주름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숲으로 출근해서 아이들을 만나는 게 제일 행복하다는 숲해설가 이완래 씨
생명의 소중함 묵직하게 실천
이완래 씨는 평일 주 5일 근무다. 월요일은 더그루에 출근해서 수업 준비를 하고 나머지 요일은 숲으로 바로 출근을 한다. 지난 7월 9일은 화천 딴산숲체험장에서 ‘딴산에 사는 민물고기 알아보기’를 하는 날이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미리 잡아둔 민물고기들이 플라스틱 통에 나눠 담겨 있었는데 물고기들이 놀라지 않게 하나하나 잎으로 덮어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물고기를 어서 강에 풀어주고 싶어 하는 이완래 씨에게 동료 선생님이 오후에도 수업이 있다고 알려줬다.
잠시 난감해하더니 그때부터 바빠지기 시작한 이완래 씨. 처음에는 좁은 통에 있는 물고기들을 상대적으로 넓은 양동이에 담아 두더니 그래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고기들을 다시 통발로 옮겨 강에 담아두고는 그제야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생명의 소중함이 묵직하게 다가오며 그의 선한 모습이 거룩하게 느껴졌다.
이완래 씨는 고탄에서 블루베리 농장도 한다. 농장 이름은 ‘흙진주’다. 흙에서 자라는 흑진주 같은 블루베리에게 딱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친환경 농법으로 짓기 때문에 아이들이 체험을 와도 안심이다. 가보진 못했지만 그가 하는 농장이라면 분명 좋은 곳일 거 란 생각이 들었다. 숲처럼 블루베리처럼 아름답고 유익한 사람. 그 와 같은 사람을 또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