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어주고 안아주는 산에서 감사·겸손·절제 등 배워
“개울가에서 물장구치고 뒷동산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살고 싶은 게 요즘 흔히 말하는 자연인의 본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30여년간 근무하다 2년 전 퇴직 후 평소 동경해 오던 자연인의 삶을 살고 있는 류성규(59·효자동)씨 의 말이다.
어려서부터 목장을 운영하는 게 꿈이었던 그는 대학에서 축산과를 전공했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우연히 접하게 된 제약회사에 취업하게 됐다.
평소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적극적인 성격 덕에 적성에도 맞고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 입사 후 단기간에 최우수사원에 선발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그럴 때마다 심적 부담은 늘 어만 갔다.
그는 쉬는 날만 되면 산을 찾아 직장 생활을 통해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산이 주는 편안함이 그에게는 고향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퇴직을 몇 년 남겨두고는 휴일마다 춘천 외곽에 마련해둔 산속으로 들어가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면서 평소 동경해 오던 자연인의 삶으로 쏙 빠져들었다. 이후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하던 그의 바람이 퇴직 후 실현됐다.
시내 집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산속에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임시거처를 마련해놓고 일주일에 이삼 일씩 지내고 온다는 류씨의 산속 거처를 찾아갔다.
산속에 다다르자 주변에는 단 한 채의 민가도 보이지 않았고 전기는 물론 수도시설도 없다. 서너 평의 평평한 바닥에 비와 바람을 피할 정도의 비닐을 씌워 만든 작은 거처가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간단한 이부자리와 취사도구가 있었고 머리맡 책장에는 수십권의 책이 가득 꽂혀 있었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자신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류 씨는 지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작지만 자기가 갖고 있는 것들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베풀며 살고 싶다고 말한다. 또 자신처럼 직장생활로 받는 걱정이나 스트레스를 산속에서 해소하고 마음의 평온을 얻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함께하고 싶다고 전했다.
“나만의 시간과 공간 없이 바쁘고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뒤로한 채 가끔씩 사회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연 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감사, 겸손, 절제하는 마음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는 가정이 있고 또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완전한 자연인이 아닌 그저 자연인의 생활을 따라할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산에 머무를 때마다 나무와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밤하늘의 총총한 별빛 등 자연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마치고 향마을 뒷산에서 뛰어놀던 어릴 적 소년 시절로 되돌아온 것 같다며 활짝 웃음꽃을 피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