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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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5

2020.8
#봄내를 즐기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한 사람의 생명, 온 세상보다 더 소중합니다'
미혼모 출산 양육 무료 지원 복지시설 ‘마리아의 집’

41년 전 춘천서 태동… 미혼모 쉼터·자립 터전 돼


“아기와 함께 당당히 살아가겠다는 어린 엄마들을 볼 때마다 모성의 강인함을 실감하곤 한다”는 ‘마리아의 집’ 대표 박은혜 수녀



한 생명의 탄생은 ‘소小우주의 창조’라고 불릴 정도로 경이롭고 신비한 일이다. 이처럼 축복받아 마땅한 임신과 출산이지만, 간혹 생명의 잉태가 번뇌와 고통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도 있다. 미성년자 임신이나 미혼모 등 원치 않거나 준비되지 못한 임신이 그것이다.


춘천시 석사동 스무숲 2길 16-3, 야트막한 안마산 산기슭에 들어선 ‘마리아의 집’은 천주교 수녀회가 운영하는 미혼모자 가족 복지시설이다. 임신과 출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일정 기간 분만 및 의료혜택, 육아지원을 받으며 생활하는 합숙공간이다. 1979년 ‘착한목자수녀회’에서 ‘한 사람의 생명은 온 세상보다 더 소중합니다’라는 취지로 시작했으니 올해로 41년째를 맞았다.


마리아의 집 대표(시설장) 박은혜 수녀는 “아이들이 귀한 세상이다 보니, 과거에비해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너그러워진 편”이라며 말문을 연다.


“지난날 손가락질을 받거나 죄인처럼 숨어야 했던 것에서 좀 더 떳떳해졌다고나 할까요. 사실 원치 않는 아기를 낳고 평생 책임져야 할 당사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가히 헤아릴 수 없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기를 책임지겠다, 숨지 않고 떳떳이 살아가겠다는 결정을 내린 여성들과 아기들, 그들의 건강한 성장과 자립을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2020년 7월 현재,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인 미혼모 20여명이 아기들과 함께 숙식하며 머물고 있다. 박 대표를 포함한 수녀 4명, 직원 4명이 상담, 조리, 간호 등을 맡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24시간 아기와 산모들을 돌본다.


마리아의 집 수용 규모는 약 40명. 나이 지역 종교에 관계없이 입소할 수 있으며 정해진 입소기간은 1년이지만, 원할 경우엔 일찍 퇴소하거나 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전액 무료로 운영되며 기혼여성, 국적미등록자, 다문화 가정 여성 등 위기임신을 지원하고 ‘Mom & Baby(엄마와 아기)’ 프로그램 등 엄마와 아이의 자립을 돕는 교육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운영 경비는 정부보조금·천주교 법인지원·후원금 등 크게 3갈래지만 정부보조금은 직원 인건비 등에 충당되며 법인 지원은 특별한 경우에만 이뤄진다. 운영자금 대부분은 400여명에 달하는 후원자들의 성금으로 충당된다.


“세계 각처에서 다양한 후원을 해주십니다. 간혹 뜻밖의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딱 필요한 만큼의 후원이 이뤄지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역시 하나님은 계시구나(웃음)’ 희열을 느끼곤 하죠. 최근엔 아기 돌잔치 비용을 후원하고 이곳에서 돌 사진을 찍고 간 젊은 부부도 있었어요.”

박은혜 대표는 1999년 수녀 서원 후 맡은 첫 소임이 ‘마리아의 집’ 근무였다. 10여 년간 상담원·조리원으로 봉사했으며, 이후 몇 년간 다른 기관에 속했다가 2017년부터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수많은 산모와 함께 생활하다 보니 출산과 양육 전문가가 다 됐어요. 문제가 생기면 의사에게 연락해야 하는데 일단 나부터 찾아요.”

수녀님의 맑은 미소 뒤로 품에 안은 아기 예수를 내려다보는 성모 마리아의 하얀 자태가 겹친다. 문득 인류의 위대한 스승인 예수도 독생자였으며, 이곳 이름이 ‘마리아의 집’인 까닭도 새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