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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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1

2020.4
#봄내를 꿈꾸다
백세시대 멋진 골드 4
오지 여행 가이드 류재형
“90살 됐을 때 후회할까 1인 여행사 차렸죠”




퇴직 후 갈 곳 없어 이곳저곳 기웃거리기 싫어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

비록 돈은 안 되지만 매일 출퇴근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행복한 사람.

혼자보다 더불어 함께 사는 게 좋은 사람.

오지 여행을 좋아해 오지 여행 전문 여행사를 차린 류재형 씨다.






여행. 생각만 해도 설레고 당장 떠나고 싶은 그것.

그런 여행이 좋아 여행사를 차리고 여행을 업으로 선택한 사람이 있다.

류재형. 72세. 전직 교장 선생님.


후평동 1.5 닭갈비 바로 옆 건물 3층에 오지 탐험 전문 여행사 ‘길따라여행’이 있다. 1인 여행사라 규모는 작지만 여기저기 붙어 있는 사진들이 이곳이 제대로 된 여행사임을 느끼게 해준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산티아고 순례길 등에서 찍은 사진 속 류재형 씨의 모습이 해맑다. 류 씨가 여행사를 차린 것은 퇴직 후 4년이 지난 65세 때였다.


“퇴직 후 4년 동안은 자영업 하는 아내 가게 문 열어주고 청소 해주며 지냈죠. 그러다가 송곡대에서 여행사 창업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여행사를 차렸습니다. 춘천고 1학년 때부터 산악회 활동을 하면서 여기저기 다니는 걸 좋아했죠. 90세 되어서 65세 때 뭐라도 할 걸 하고 후회할까 시작했습니다.”






나이 들어 갈 곳 있어 좋다


나이 들어서 노인복지관에 나가 앉아 있기 싫어 사무실을 차렸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집에서 나와 갈 곳이 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길따라여행은 이익에 매몰되어 고객을 불편하게 하지 않습니다’

길따라여행 홈페이지 상단에 있는 문구다. 이익에 집중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대답보다 웃음이 먼저 돌아온다.


“하하하. 사실은 그래서 적자 상태예요. 터무니없이 폭리를 취하는 여행사들이 있어서 나는 그러지 말자고 내건 슬로건인데….”

그러니까 그는 돈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일 자체가 좋은 사람이다. 70이 넘고 80이 넘어도 일하는 게 좋은 거다. 앞으로의 소망이 있다면 여행사를 한 10년 더 유지하는 거란다. ‘지금은 적자지만 언젠가는 만회가 되겠지’라는 희망이 있으며 “끝날 때 통장을 맞춰놔야 할 텐데” 하며 또 웃는다.





여행의 진수 느끼게 해주고 싶다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그가 여행사를 접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여행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다.


“8월 말, 9월 초에 몽골에 가면 온천지가 꽃밭이에요.”

몽골 하면 초원만 떠올렸는데 그가 보여준 핸드폰 속 몽골 사진은 연보라빛 쑥부쟁이로 가득했다.

“네팔에 가면 랄리구라스는 꽃이 있어요. 네팔 국화죠.”


이번에는 눈 덮인 안나푸르나를 배경으로 동백꽃처럼 빨간 랄리구라스 나무 사이로 등반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준다.

네팔은 가고 싶은데 고생은 안 하는 코스가 있냐고 물었더니 7박 9일 일정의 네팔문화탐방 코스를 추천한다. 석가모니 탄생지인 룸비니 동산과 카트만두에 있는 시트완 국립공원 등을 여행할 수 있다고.

작년 네팔 여행 때는 현지 초등생들에게 옷과 장학금을 기부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이 취소되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다녀 행복하다


그의 사무실에는 아바의 음악이 흐르고 국화며 장미며 예쁜 꽃들이 향기를 뿜어낸다.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조용하면 외로우니 음악을 틀고, 꽃을 좋아해서 한두 송이씩 사 둔단다. 퇴근하면 뭐 하냐고 물었더니 친구들과 만나 밥도 먹고 술도 마신단다.


“지난주엔 춘고 동기들과 전철 타고 인천에 다녀 왔어요. 지난해 10월엔 친구들의 버킷리스트였던 설악산 대청봉에 다녀왔죠. 다들 무릎이 안 좋아서 조심히 다녀요.”


혼자 또는 둘이 살살 다니면 편하지만 불편하고 귀찮아도 웬만하면 여럿이 다니려 한단다. 교사라는 직분 때문에 정작 자식들 입학식, 졸업식은 한 번도 못 가봤다는 사람이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아마도 평생을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살았을 것이다. 그러니 돈 벌 생각은 안 하고 적자 메꿀 생각만 하지 않겠는가.

코로나19가 물러나면 그의 안내를 받아 네팔에 가서 랄리구라스 나무 아래서 기념사진 하나 찍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