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북면 고탄리 ‘농촌체험 휴양마을’ 박종석 사무장
남학생 20명 · 여학생 12명 등 32명 산골 유학 중
방과 후 활동 지원하는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 운영
유년기의 경험은 삶의 다른 시기보다 훨씬 강력하고 지속적이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은 스펀지처럼 모든 지식과 정보를 고스란히 흡수한다. 그렇기에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다른 무엇보다 ‘성장 환경’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체험하고 공부하게 해 주자. 부모들의 육아 교육 부담도 덜어주고 농촌에도 아이들 웃음소리가 넘쳐나게 하자. 이런 취지에서 2015년 ‘농촌체험 휴양마을’ 프로그램과 체류시설을 마련하게 됩니다.”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에서 도시 아이들의 농촌유학 및 정착을 돕는 ‘농촌체험 휴양마을’ 박종석 사무장의 이야기다.
용화산 국립자연휴양림에서 사시사철 맑은 계곡물이 흘러드는 춘천호 동쪽, 야트막한 산자락으로 둘러싸인 고탄리는 인근 송암리, 인람리, 가일리, 고성리 등 5개 마을의 중심지로 초등학교와 농협, 보건소 등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2010년, 마을에 있는 송화초등학교가 학생 수가 적어 폐교 위기에 몰렸던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서울에 살던 도시학생 3명이 전학을 오는 바람에 폐교를 겨우 면했는데, 그때부터 마을 주민들은 도시 아이들의 농촌유학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게 됩니다.”
농촌에 정착해 아이를 키우려는 사람, 아이를 돌보기 힘든 상황, 자녀의 건강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전학 오는 학생들이 차츰 늘어갔다.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만 동네 주민들 집에서 각각 하숙하는 ‘산골유학’ 형식이었다.
이후 학생 수가 늘어 50명을 웃돌자 홈스테이가 한계에 이르렀다. 2015년 행정 당국의 지원을 받아 아이들이 편안히 생활할 수 있는 합숙시설인 ‘도농교류 체험관’과 농촌체험 및 과외활동을 돕는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243-1821)도 설립했다.
센터에선 봄이면 휴양림 나들이와 캠핑, 여름철엔 모내기 등 농사체험과 물고기 잡기, 가을엔 추수와 메뚜기잡기, 산골음악 회가 열리며, 겨울엔 호수에서 썰매타기, 빙어낚시, 김장체험 등을 하면서 오롯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일종의 마을결합형학교인 셈이죠.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학교와 마을이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을 돕는 교육공동체를 이루어 가자는 것입니다.”
1934년 개교했으니 86년 전통을 지닌 송화초등학교. 현재 교원 10명에 남학생 20명, 여학생 12명 등 총 32명이 유학 중이다. 춘천시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박사무장도 송화초 22회 졸업생이자 총동창회장직을 맡고 있다.
“여름날 오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햇살 속에서 재잘재잘 까르르 웃어대며 교육센터로 향하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청정한 자연환경 속에서 구김 없이 자라고 동네엔 활력이 넘치는 그런 교육공동체를 마련해 놓고 있으니, 더 많은 도시 아이가 이런 혜택을 함께 누렸으면 합니다.”
도시 혹은 농촌에서 어린 자녀를 키우는 일, 각각 장단점이 있 는 선택의 문제다.
하지만 유년 시절 한때를 호수와 산, 푸른 들에서 마음껏 뛰놀며 보내는 송화초교 유학생들의 산골살이 경험은 다른 무엇보다 강렬하고 포근한 추억으로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어릴 적 친구들이 대부분 평생지기로 남고 초등학교 동창회 결속력이 가장 끈끈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