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마루 전망대에서 바라본 춘천 전경
사람 많은 곳 피하느라 주말에도 집에만 있다 보니, 집이 창살 없는 감옥이 된 느낌이다.
피톤치드 뿜어내며 면역력 높여주는 산만큼 좋은 곳이 있을까. 너무 힘든 산, 너무 먼 산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마을버스로 몸도 마음도 가볍게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만천리와 거두리 뒷산으로 통하는 명봉에 가기로 했다.
버스 25분이면 금대울 정류장 도착
중앙시장환승센터에서 동내1번 마을버스에 올랐다. 작은 버스인데도 버스 안이 한산하다. 버스는 강원대 후문까지 거침없이 달렸다. 시내에서는 정차하는 곳이 없어 마치 택시를 탄 듯하다. 중앙시장에서 출발하는 동내1 마을버스는 만천리를 거쳐 거두리를 지나 석사삼익아파트까지 간다.
명봉에 갈려면 금대울이나 거두리사거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명봉에 간다고 하면 친절한 버스 기사님의 경우, 두 정류장 사이에 내려주기도 한다. 마을버스로 25분이면 도착한다.
동네사람들 운동 삼아 오를 정도
금대울에서 하차하면 명봉과 순정마루로 향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지나면 그림 같은 마을길을 지나게 된다. ‘전원주택’하면 떠오르는 그런 잘 가꿔진 집들 사이를 조금 걷다 보면 금방 산길로 접어든다. 중간중간 나무 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기분 좋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산밑으로 마을이 여럿 있어서 마을 사람들은 아침나절 운동 삼아 오르기도 하는 곳이다. 초입새에 의자와 비를 피할 수 있는 정자도 만들어져 있다. 이어 복숭아 과수원이 나왔다.
20여분 오르면 순정마루로 가는 길과 명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나온다. 산악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오토바이 출입 차단시설이 설치돼 있다. 명봉까지 1.9㎞, 순정마루까지는 0.88㎞의 거리다. 명봉보다 순정마루에서 보는 춘천 전경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 순정마루 쪽으로 향했다.
순정마루 전망대 시내 전경 한눈에
산길을 걷는데, 호수를 옆에 끼고 걷는 것처럼 가슴이 탁 트인다. 오른편은 산길이지만 왼편은 뻥 뚫려 있어 나무 사이로 시내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름철 나뭇잎이 무성했다면 못 봤을 경치다. 경치도 보고, 쉬엄쉬엄 올랐는데 1시간 만에 순정마루 (533m)에 도착했다.
전망대는 마을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오른편으로 구봉산이 가깝게 다가와 있다. 멀리 봉의산과 소양2교가 보인다. 춘천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멀리 삼악산의 흔적도 보이지만, 뿌연 안개 탓인지 뚜렷하지 않다.
풍혈·샘터 등 아기자기한 분위기
순정마루에서 이번엔 명봉으로 향했다. 숨이 가빠질 만하면 평평한 길이 나온다. 오르락내리락, 지그재그 길이 이어진다. 순정 마루에서 명봉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다. 대룡산의 한 봉우리라 산 이름이 따로 없고 명봉(643m)으로 불린다. 역시 순정마루에서 보는 전경이 더 시원하다. 정상에는 스테인리스 기둥으로 만든 명봉 표지석만 덩그러니 서 있다. 갑둔리고개를 향해 내려가는 길에는 풍혈과 샘터가 있다.
갑둔리고개 한적한 옛길 떠올리게 해
풍혈이란 산기슭이나 시냇가 깊은 곳에서 여름이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 나오는 구멍이나 바위틈을 말한다. 여름이면 모를까, 3 월에는 눈으로만 구경할 수밖에. 샘터에 들러서는 잠시 목을 축였다. 코로나19 여파로 바가지(컵)를 치웠다는 손글씨 안내글이 보였다.
갑둔리고개는 괴나리봇짐을 진 조선시대 사람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오래전 시간이 멈춰 선 느낌으로, 조선시대 드라마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 걸으면서 내내 상쾌하고 들뜨던 마음이 고요하고 차분해진다. 머릿속이 깨끗해져 내려왔다.
산 초입새에 과수원이 있었다. 3월 아직 꽃망울도 없는 밍숭밍숭한 나무다. 4월쯤 복숭아 꽃이 만발할 때 꼭 다시 오리라 생각했다.
여행 코스 TIP
버스 소요시간
기점인 중앙시장환승센터에서 명봉에 오를 수 있는 금대울까지는 25분이면 도착한다. 종점인 석사삼익A까지는 40~45분 정도 소요된다.
추천경로
명봉과 순정마루는 산밑 인접한 마을이 많아 오르는 길도 많다. 마을버스를 타고 만천리, 금대울, 거두리사거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쉽게 오를 수 있다.
난이도 ●●○○○
가족이나 친구 등과 편하게 이야기하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명봉 에 먼저 올랐다가, 순정마루로 향하는 것도 좋다. 4시간 정도 잔잔하게 걷다 보면 슬슬 허기가 진다. 금대울 정류장 근처에 맛깔난 식당과 닭갈비 집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