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옛날 신문에 나온 춘천의 기사와 사진을 보면서 그 시절 춘천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해보는 코너입니다.
해마다 봄·가을이면 춘천은 마라토너의 천국이 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춘천은 마라톤과 인연을 맺었을까?
▲ 이번 「보스턴」 마라톤에서 1, 2, 3착을 다차지 하고 마라톤 왕국 한국을 여지없이 세계에 고시한 한국팀 | 좌로부터 감독 손 기정, 최윤칠, 함기용, 송길윤 선수
▲ 「보스턴」 마라톤에서 조국의 명예를 걸고 맹연습에 연습을 하고 있는 한국 선수팀 | 좌로부터 감독 손기정, 최윤칠, 함기용, 송길윤 세 선수(보스톤AP발합동)
1910년 강원도 최초의 중등학교로 설립된 춘천농업학교(현 소양고)에 육상부가 설립되는 것을 시초로 춘천고등보통학교(현 춘천고), 춘천사범학교(현 춘천교대) 등이 잇달아 개교하면서 육상팀이 만들어지고 선수들이 육성되었다.
광복 후에는 각종 육상 경기대회(역전경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춘천인의 달리기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1950년 4월 19일에는 춘천 출신 함기용 선수가 보스턴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2, 3위도 모두 한국 선수가 휩쓸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기쁨의 순간도 잠시 귀국 후 금의환향을 준비하던 때,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축제의 마당이 아수라장이 되면서 함기용이라는 이름은 곧 잊혔다.
2004년 4월, 춘천시민은 함기용 선수를 다시 축제의 마당으로 초대했다. 54년 전 못다 이룬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함기용 세계제패기념 제1회 춘천호반 마라톤 대회」와 환영회를 개최한 것이다. 2005년에는 송암스포츠타운에 함기용 선수의 동상과 우승장면을 담은 부조를 건립하여 영광의 역사를 기록했다.
21세기 들어 한국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배출하고 있다. 70년 전에도 대한민국 춘천 출신 스포츠 영웅이 배출되었다. 그 이름 “함기용”이다.
<경향신문 1950.4.25.>
마라톤 한국에 빛나는 월계관
유사 초유의 전승기록
함·송·최 군 당당 1·2·3착을 차지
「보스톤」 하늘 감격의 태극기
장하다. 대한의 아들, 우리는 이겼다 이겼다.
승리의 월계관이 우리에게 돌아왔다. 영광의 태극기가 「보스톤」 하늘 높이 힘차게 휘날렸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우리 한국에 세 선수가 통쾌하게도 첫째, 둘째 그리고 셋째 자리를 모조리 차지하여 세계를 제패한 것이다.
「올림픽」대회에 다음가는 국제적 「마라톤」 대회인 「보스톤」 마라톤 대회는 세계 14개국 135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미국 「보스톤」 시(市)에서 19일 정오(한국시각 20일 새벽 3시)부터 역사적인 막을 올리었다. (사진 골인하는 함·송·최 세 선수)
창파만리 조국의 영예를 굳센 두 어깨에 짊어지고 지난 1일 전 국민의 환호 속에 용약 장도에 오른 함기용(21, 양정중학), 송길윤(20, 숭문중학), 최윤칠(23, 연희대학)의 세 선수는 명코치 손기정 씨의 치밀한 작전과 지도 아래 130여 명 외 각국 강호와 함께 날쌔게 스타트하여 소정 코스 26마일 4분지 1(42.195km, 107리)을 역전 끝에 당당히 주파, 2시간 32분 39초라는 기록으로 함기용 군이 제1착을 하고 이어 송길윤 군이 2시간 35분 58초로 2착, 최윤칠 군이 2시간 39분 40초로 도착을 하여 드디어 우리 한국 선수에 개가가 드높이 오르고 체육 한국의 기염을 또다시 온 세상에 떨치게 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베르린 올림픽」 대회 때의 영예와 194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의 광영을 다시 회복하였다.
아니 어느 마라톤 대회의 역사를 들춰 보더라도 이러한 빛나는 전승 기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냐.
마라톤 한국의 전도는 실로 양양한 바 있다. 이제 우리는 이들 패자(霸者)를 더욱더 알뜰히 가꾸어 1952년의 차기 올림픽에도 다시금 찬란한 월계관을 차지하도록 온 겨레의 힘과 마음을 기울이도록 하자! 그리고 이 우렁찬 개가를 고스란히 조국 통일의 힘으로 지향시켜 빛나는 강토를 세계에 자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