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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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7

2021.8
#봄내를 꿈꾸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이웃과 음식 나누다 아예 반찬가게를 차렸어요”
‘학대 피해 노인 돕기 바자회’ 연 반찬가게 이순주 대표

 나눔의 본질은 타인에 대한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이웃의 삶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동면 장학초등학교 근처에서 ‘엄마찬스’라는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이순주 대표(36·장학리)의 경우가 그랬다.


 고객 가운데 할머니 한 분이 있었다. 그런데 가끔 들러 혼자 먹기엔 좀 많다 싶을 정로도 여러 종류 반찬을 사가는 게 좀 의아했다.

“근처 빌딩에서 청소 일 하는 분이었는데 이웃에 홀로 사는 어려운 노인들에게 나눠 드리려고 사 간다는 것을 알았죠. 깜짝 놀랐어요.

당신도 힘들게 일해 번 돈을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그런다는 게….”

사정을 알게 된 그는 할머니께 조심스럽게 권했다. 팔고 남은 반찬을 그냥 드릴 테니 필요하면 언제라도 말씀하시라고.

할머니는 손사래를 쳤지만 그는 늘 반찬 몇 가지를 따로 챙겨놓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계기가 되어 이순주 씨는 지난 6월 21일 학대 피해 노인들을 돕는 1일 바자회를 열었고

그날 판매한 수익금 등을 강원도노인보호전문기관에 후원했다.



행사 당일 강원도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이순주 대표. ‘언니는 밥만 해!’ 문구가 미소 짓게 만든다.



 “행사 당일 아침 10시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오후 1시쯤 준비한 반찬이 전부 팔렸어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짤막하게 행사를 알렸는데도 주문이 넘쳐났죠. 많은 사람이 나눔에 동참하고 격려해줘서 무척 행복했어요.”

이순주 씨의 ‘엄마찬스’는 좀 색다른 반찬가게다.

젓갈이나 볶음, 김치 등 다양한 밑반찬을 만들어놓고 조금씩 덜어 파는 일반적인 반찬가게가 아니라

매일 다른 반찬을 만들고 작은 용기에 포장해 그때그때 가격을 매겨 판매한다.


 서울 출신인 그는 직업군인 남편을 따라 6년 전 춘천으로 이주했다.

어린 두 아들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지내다 이웃들과 음식 나눔을 하는 과정에서 ‘감춰진 솜씨’가 드러났다.

“손이 커서 반찬이나 음식을 만들면 좀 많이 만들어요. 양이 너무 많아 이웃들과 나누곤 했는데,

그런 일이 너무 잦다 보니 부담스러웠는지(웃음) ‘아예 반찬가게를 해서 팔아! 우리가 사 먹을게’ 하더라구요.”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난해 8월 개업했다. 코로나19로 다들 힘든 시기였지만, 창업은 성공적이었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집밥 바람까지 불어 판매가 꾸준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한다.

신세대 사장님답게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요일별 반찬메뉴와 사진도 올린다.

매일 바뀌는 반찬 메뉴는 10~12종이며 종류별로 약 50개 분량만 만든다.

주문예약이 많고 하루 만드는 양이 정해져 있어 팔고 남는 반찬이 거의 없을 정도다.

매일 색다른 반찬 10여 종을 혼자서 50인분가량 만드는 일, 결코 쉽지 않을 듯하다. 더욱이 재료 손질과 포장, 사진 찍고 홍보하는 일까지….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재미있어요. 전업주부로 살다가 반찬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아이들 학원비도 벌고,

이번처럼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