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인과 함께 살 준비가 되어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휠체어 장애인이 생활 속에서 겪는 불편함을 공감하고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모인 공동체가 있다.
올해 처음 마을공동체 사업을 벌인 ‘봄내 한걸음’을 만나보자
호모 에렉투스. 직립 보행을 하는 인류를 말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호모 에렉투스임에도 선천적으로 또는 후천적 사고에 의해 보행의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장애인이 많다.
길을 가다 휠체어를 타고 가는 장애인을 만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마음 놓고 휠체어를 탈 수 없는 환경’ 때문이 아닐까 싶다.
휠체어 장애인이 느끼는 이런 불편함을 공감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을공동체를 만든 사람들이 있다.
“처음엔 그냥 가끔 만나서 공연도 보며 문화생활을 함께하는 모임이었어요.
그러다 춘천시에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하는데 우리도 뭔가 해보자 하는 얘기가 나왔죠.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휠체어 장애인들이 겪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사업을 해보기로 했죠.”
공동체 대표 안희찬 씨의 말이다. 공동체 구성원은 총 5명. 그중 유지훈 씨는 휠체어 장애인이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유지훈 씨와 동행해서 매주 금요일 남춘천역과 춘천역 그리고 석사 3지구 아파트 쪽을 직접 다니며
장애인 이동로 개선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횡단보도 맨홀, 휠체어 위협
휠체어 장애인 중에는 다리만 불편한 게 아니라 뇌성마비 등으로 손도 불편해 전동 휠체어를 탈 때 조이스틱 조작이 쉽지 않은 사람도 많다.
그래서 길을 가다 턱이 조금만 있어도 당황해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휠체어 장애인 유지훈 씨는 “횡단도로를 건널 때 맨홀 주변이 파인 경우가 종종 있는데 휠체어 전복의 원인이 된다”며 이런 위험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전을 하고 가다 맨홀 주변을 지날 때 차 바퀴가 받는 충격을 생각하면 휠체어 장애인들의 공포가 어떨지 짐작이 된다.
불편함의 문제를 너머 위협과 공포를 느낄 장애인들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이런 불편함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또 횡단보도와 인도 사이에 세워진 차량 돌진 방지를 위한 원기둥 모양의 경계석도 휠체어가 지나다니기에 불편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영상 촬영으로 장애 인식 개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봄내 한걸음은 자신들의 활동을 영상 촬영으로 남기기로 했다.
장애인의 불편을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장애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춘천장애인인권영화제 때의 일입니다.
팔호광장 현대자동차대리점에서 건너편 SK주유소 쪽으로 건너는 횡단보도가 있는데 거기서 휠체어 사고가 있었어요.
인도에서 횡단보도로 내려가는 경사로가 반쪽만 있었는데 휠체어를 타면 각도상 시야 확보가 안 되기 때문에
경사로가 다 있는 줄 알고 건너다 넘어진 거예요. 그 사고를 재현해서 만든 단편 영화를 마침 관련 부서 국장급 되는 분이 보고
당장 시정하라는 지시를 내려서 3일인가 4일 만에 경사로 개선 공사가 완성됐어요.”
계단만 있고 경사로는 없으면 휠체어 장애인은 어떻게 다니라는 것일까.
장애인이 겪는 불편을 없애 달라고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그렇게 빨리 시정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라고 했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봄내 한걸음은 매주 금요일 휠체어 장애인이 길을 다니며 겪는 불편함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을
춘천시 시민소통 플랫폼인 ‘봄의 대화’에 올려 개선 제안을 하기로 했다.
또 춘천장애 인식개선 페스티벌이나 각종 영상 공모전에 출품해 사회적 파급력을 확산할 계획이다.
“장애인들이 뭐 거창한 것을 바꿔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사소한 것을 요구하는데 잘 안 돼요.
그래도 계속 개선 요구를 해야 세상이 좋아지겠죠. 장애인 이동로 개선은 장애인뿐 아니라 유모차를 미는 부모들,
다리가 불편해 끌 것에 의지해 보행하는 어르신 모두에게 좋은 일입니다.”
봄내 한걸음은 앞으로 이 사업이 연속성 있게 진행될 방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처음에는 각종 장애인 단체나 공공기관에서 알아서 할 일을 굳이 마을공동체까지 만들어서 움직여야 하나 고민했는데,
막상 사업을 하다 보니 마을에서부터 나서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봄내 한걸음이 내딛는 발걸음이 ‘장애인과 함께 살 준비가 된 도시 춘천’을 만드는 그 길에 작은 초석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