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50분 근로시간이 시작되는데, 대부분 8시 이전에 출근해요. 빨리 출근하고 싶어하거든요. 휴가를 싫어하는 직원도 많고요.”
춘천시장애인근로자사업장의 윤태용 생산과장은 시각 장애가 있지만, 이곳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다.
윤 과장은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모두 자기 일을 좋아하며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사회적경제 선도기업 선정
춘천시장애인근로사업장은 1998년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 의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됐다. 설립 초기에는 재활용 의류 수거 사업을 하다가 용지 생산사업으로 변경, 현재 복사용지와 화장지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09년에는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로 지정됐으며 2010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직원이 모두 47명인데, 그 가운데 70%인 32명이 장애인이며 비장애인은 15명이다. 생산직과 사무직이 모두 함께 일하고 있으며 장기근속 근로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에는 지속 가능성이 높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으로 인정돼 ‘강원도 사회적경제 선도기업’으로 선정됐다.
2003년 용지 생산업을 시작한 춘천시장애인근로사업장은 전국의 지자체와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용지 납품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장애인 고용 생산업체 가운데 용지를 생산하는 곳이 적어 경쟁력이 높았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타 지역에서 춘천시장애인근로사업장의 노하우를 배우려고 찾아오기도 했다. 요즘은 지역별로 장애인 사업장이 많이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졌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도 우리 역할”
춘천시장애인근로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브랜드는 반비와 호반이다. 장애인이 생산하는 제품이라고 품질에 대해 우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춘천시장애인근로사업장 제품은 숙련된 기술과 우수한 품질 관리로 조달청 및 공공기관 등에 납품할 정도로 품질 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남용우 춘천시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은 “복사용지나 화장지 원료인 원지는 거의 모두 동일한 품질이다. 다만 다른 점은 우리는 반자동화 시설에서 장애인 근로자가 건강한 노동력을 보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품질 면에서는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일반 기업이 자동화를 통해 가격을 줄이며 이윤을 키우는 대신 춘천시장애인근로사업장에서는 회사의 이익을 줄이고 직원들을 더 채용하려고 노력한다.
춘천시장애인근로사업장 남용우 원장(사진 왼쪽부터)과 김민주 홍보과장, 박유찬 사무국장이 강원도 사회적경제 선도기업 선정 현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반비와 호반이 이용해 주세요”
교통사고로 지체 장애를 갖게 된 후 이곳에 취업한 김민주 홍보과장은 장애인에 대한 기부나 후원보다 춘천시장애인근로사업장에서 생산한 제품 구매를 강조했다.
“장애인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고 자립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여기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직원들이 서로 도와주고 아껴주면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된다. 또 직급에 따라 월급을 받아 자립도 할 수 있다”며 “복사용지나 화장지 등을 구입할 때 우리 반비와 호반이를 잊지 않고 구매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춘천시장애인근로사업장은 최근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다. 강원도 내에 비슷한 장애인 사업장이 생겨나고 있고, 시장 규모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남 원장은 “코로나19로 학교 개학이 연기되는 등 종이류 사용이 많이 줄었다. 또한 제조업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며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도화선이 됐다. 올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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