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수목금 소양동 일대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대상
노년의 행복하고 따뜻한 삶을 위한 ‘나눔과 교류의 공동체’
목회자이자 신학자인 정해창 목사는 “어르신들이 언제부턴가 연인처럼 느껴지는 신비로운 체험에 감사기도를 올렸다”며 웃는다.
가족의 다른 이름은 식구食口다. 끼니를 함께 나누는 사람이란 뜻이다. 가족을 위해 매일 음식을 준비하는 주부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 끼 밥상을 차리는 데 얼마나 많은 손길과 정성이 필요한지를.
그런데 가족이 아닌 동네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는 봉사를 2014년부터 6년째 지속해 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춘천제자교회 정해창 목사(61)가 이끄는 ‘밥상공동체’ 자원봉사자들이 그들이다.
소양동 행정복지센터 뒤편, 야트막한 언덕길에 ‘하늘이 차려준 밥상’이란 간판이 붙은 작은 식당이 있다. 밥상공동체 봉사자들이 1주일에 나흘(화수목금)간 소양동 일대에 거주하는 75세 이상 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장소다.
하루 평균 어르신 60~70명이 찾아오며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승합차도 운영하고 있다. 기독교적 분위기가 살짝 풍기는 식당 이름이 눈길을 끌었다.
“성경에도 ‘빵은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구절이 있지만, 김지하 시인의 ‘밥은 하늘이다’라는 시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 이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이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죠.”
밥상공동체의 ‘점심 봉사’는 겨울철 저소득층 난방을 돕는 ‘연탄봉사’ 활동에서 비롯됐다. (사)춘천연탄은행 대표도 맡고 있는 정 목사는 어느 해 겨울, 소양동에서 홀몸노인과 저소득층 가정에 연탄나눔 봉사를 할 때 ‘연탄도 고맙지만 김치나 반찬도 좀 나눠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추위도 문제였지만 건강과 직결되는 음식이 너무 부실했던 것이죠. 그때부터 도시락 배달 반찬나눔 활동도 벌였지만 저소득, 사별, 질병, 우울증, 알코올중독 등으로 어르신들의 삶은 갈수록 황폐해졌죠.”
생활환경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척박한 시절에 태어나 온갖 풍상을 딛고 오늘의 빛나는 대한민국을 일궈낸 어르신들, 마땅히 존중받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운영진들과 협의 끝에 어르신들을 하루 한 번 집 밖으로 나오시게 하자, 이웃과 교류하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드리자,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점심봉사였죠.”
문제는 점심봉사에 필요한 재정 확보였다. 공공기관·복지단체 등을 찾아가 도움과 지원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기도 했다. 그때 ‘선한 일을 하는데 왜 구걸하는 식으로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홀로 서기를 위한 기도에 전념했다.
어느 순간, 작은 기적들이 일어났다. 여기저기서 쌀과 각종 반찬 후원이 이어져 지금까지 쌀을 사본 적도, 음식이 없어 문을 닫은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고령의 어르신들에게 닥친 소외감과 외로움을 덜어주는 밥상공동체를 통해 너와 내가 따로 없는 ‘대가족’을 만들어 내고 있는 정해창 목사. 그는 감리교신학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에 유학, 리전트 대학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신학자이기도 하다.
“신학은 결국 인간학입니다. 교회敎會의 본래 뜻은 ‘건물’이 아닌 사랑으로 서로를 섬기는 ‘공동체’를 의미하죠. 어려운 이웃들을 섬기는 데 교회의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