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의 법칙’ 실천… 5년 만에 신춘문예 당선
“코로나19로 갇힌 요즘 내 안을 살피는 시간 필요”
카페 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온다.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음 지으며 주먹악수를 건네는 그녀. ‘푸른 고양이’라는 첫 번째 소설집을 낸 송지은(57) 작가다.
“아직 날짜도 기억해요. 2010년 10월 30일. 여행에서 막 돌아와 공항에 내렸는데, 안개가 자욱했어요. 우울감이 훅 들더라구요.”
대학에서 국문학과 국어교육학을 전공하고 학문을 하게 되면서 점점 멀어졌던 ‘창작’이라는 것이 그녀에게 다시 손짓하는 찰나였다.
“인생은 어차피 여행이잖아요? 여행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죠. 소설을 써보기로 결심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언을 했어요. ‘이제부터 연락을 잘 못 할 거다.’ 주변 지인들이 나를 응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과 연락이 잘 안 될 때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그러면서 결심했죠. ‘만 시간을 해보겠다, 그 기간을 고3처럼 하겠다’고.”
‘1만 시간의 법칙’.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으로, 미국 콜로라도대학의 심리학자 앤더스 네릭슨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그녀가 인고한 시간은 곧 결실을 맺는다. 2015년 ‘알라의 궁전’이라는 작품으로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
이번에 출간된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푸른 고양이’에는 신춘문예 당선작인 ‘알라의 궁전’을 비롯한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렸다.
“행복의 기본은 자유라고 생각해요. 자유함이 없는 행복은 상상할 수 없죠. ‘갇힘’이라는 반대 상황이라면 어떨까. 갇혀 있으면서 모든 게 멈췄을 때 그제서야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죠. 그 순간 새로운 탈출구를 찾죠.”
멈추고, 심장 소리를 듣고, 되돌아보고,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 아가기. 그녀가 발견한 멈춤의 미학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꽉 막힌 상황도 그녀의 주제와 일치한다.
“지금은 사회적으로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숨 고르기를 하고, 지구의 심장 소리를 듣고, 또 내 안에 드리워진 어떤 막도 걷어내야 할 시기 같아요.”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앞으로도 저를 증명하기 위해 투고를 계속할 거예요. 저의 글을 읽는 사람들, 또 제 자신을 위해서 작품을 써 나갈 계획입니다.”
나이로 인해 너무 늦었다거나, 스스로 재능이 없다는 갇힘에 막혀 지금 이 순간을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숨을 고르고, 내 안을 살펴’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소설 곳곳에서 읽힌다.
그녀에게 소설 쓰기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작업이라고 한다. 그리고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더불어 사는 삶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끝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화를 이어 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다음 소설은 ‘관심과 상생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