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선정된 춘천 지역 마을공동체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동면 월곡리 231번지. 그곳에 가면 세상에서 제일 귀한 작물이 자라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들이 밭을 갈고 있다. 모두가 편한 것, 돈 되는 것만을 좇을 때 묵묵히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우리 것을 지키는 사람들. 춘천 토종씨앗 농장을 함께 가꾸는 토박이공동체를 만났다.
‘토박이공동체농장’이 있는 동면 월곡리 231번지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니 옥광산 바로 밑이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개울을 따라 조금 걸어가니 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모종을 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춘천을 대표할 수 있는 토종작물을 발굴하고 정착되도록 공동체농장을 운영하는 ‘토박이공동체’다.
토종씨앗 수집
토박이공동체 우종석 대표는 샘밭에서 들깨와 참깨 농사를 하는 농부다.
“강원도시농업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도시농업 교육을 받던 10여 명이 의기투합해서 토박이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토종작물 재배에 관심이 많은 이재철 씨가 사업실행계획서를 만들어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응모했지요. 시에서 받은 지원금은 200만 원입니다.”
토박이공동체농장은 1,000평 규모다. 월곡리에서 농사를 짓 고 있는 안래훈 씨가 농장 땅을 무상으로 빌려주었다.
토박이공동체가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은 토종씨앗을 수집하는 일이다. 토종씨앗 현황 파악, 수집·관리 방법 연구, 대중화가 상반기 목표다. 하반기에는 지역 농가를 방문해서 토종씨앗의 이름, 내력, 수집경로, 재배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토종씨앗 목록을 만들 예정이다.
“토종씨앗에는 우리 조상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삶의 가치가 담겨 있어요. 일제 강점기에 수천만 종이던 우리 토종씨앗이 사라졌습니다. 요즘은 외국에 로열티를 주고 씨앗을 사오죠. 돈도 돈이지만 유전자 조작이 더 문제입니다. 식물에 동물의 유전자도 넣어요. 이런 식물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모릅니다. 실제 종묘상에서 파는 잡종 씨앗은 한 해밖에 안 갑니다. 2대부터는 발아율이 현저히 떨어지지요. 유전자 조작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또 종자를 팔 수 있거든요.”
서늘한 얘기였다.
춘천 대표할 토종작물 찾는다
현재 토박이공동체농장에 심어진 작물은 검은찰옥수수다. 검은찰옥수수는 크기는 작지만 맛이 뛰어난 토종옥수수다. 옥수수 수확이 끝나면 같은 자리에 귀족서리태를 심을 예정이다. 귀족서리태는 크기가 매우 커서 귀족이라는 이름이 붙은 토종콩이다. 춘천에서는 흔치 않은 이모작에 도전하고 있다.
“옥수수를 그냥 심는 것이 아니라 미로처럼 심었습니다. 옥수수를 수확하러 온 아이들이 재밌게 놀 수 있도록 일부러 미로로 만들었어요. 기존의 주말농장과 차별을 두었어요. 단순히 농작물 수확이 목적이라면 오래가지 못해요. 텃밭 가꾸는 재미로 몇 번 오다 곧 흥미를 잃고 말죠.”
토박이공동체는 단순히 수확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판매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공동체 회원 이재철 씨는 춘천이 근교농업을 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을 가졌다고 얘기한다. 시내에서 20분이면 어디든 논밭이 있는 곳이 춘천이다. 혼자 농사를 짓고 수확해서 판로를 개척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공동체와 함께라면 희망이 있다고 확신한다.
“젊은 친구들이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소일거리가 아니라 직업적으로 할 수 있어요. 혼자는 힘들어도 두세 명 이상이 함께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어요. 이곳이 젊은 친구들에게 베이스캠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교육을 받고 원하는 작물을 판매하는 거죠. 조금 비싸도 가치가 있기에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토종작물 재배법 기록 홍보
토박이공동체는 화분이든 텃밭이든 좋으니 한 가정에 토종씨앗 하나씩이라도 심기를 바란다. 또 학교마다 토종텃밭을 가꾸어 아이들 교육에 활용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직접 학교로 강의도 나간다. 더 많은 사람이 토종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직거래장터인 농부의 시장 같은 곳에 나가 씨앗도 나눠주고 농작물 판매도 한다.
토종작물 재배법을 공유하기 위해 매일 일지도 쓰고 있다. 일지를 정리해 토종작물 재배법에 관한 홍보물을 만들어 사람들에 게 나눠줄 생각이다. 모두가 함께 건강하게 잘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월곡리 231번지. 그곳에 가면 희망을 싹 틔우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