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위한 일회성 현수막과 배너, 포스터 그리고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만들어지는 생활 쓰레기까지….
협동조합 판(이하 판)은 여러 축제를 기획하다가 ‘우리의 축제는 건강한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지난해 4월 ‘지구의 날’을 맞아 환경 페스티벌 ‘지구사이’를 열었다. 홍보는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쓰레기통을 활용한 투표함 ‘위컵(wecup)’과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 등 이색적인 환경 캠페인을 축제로 만들었다. 판은 ‘지구사이’처럼 지역의 사회문제를 자신들만의 형식으로 재미있고 흥미롭게 풀어 가는 일을 하고 있다.
무한청춘페스티벌 ‘약사랜드’ 공연 모습
문화인력 양성이 주요 업무
판의 이전 명칭은 ‘문화인력양성소 협동조합 판’이었다. 문화예술 분야에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전문 문화예술인으로 키우는 역할을 판의 중요한 업무로 여겼다. 2016년 판을 벌인 이후 줄곧 축제학교 등을 열며 문화인력 육성에 집중했다. 하지만 ‘인력’이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 때문에 판을 단순한 인력소개소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또 기획업무보다는 스태프 업무가 더 집중되는 것 같아 고민하다 4월 회사 명칭에서 ‘문화인력양성소’라는 문구를 뺐다.
주지육림 페스티벌로 판 기획력 알려
오석조 대표(33)가 2016년 2월 판을 열었을 때 직원은 단 두 명이었고, 아트씨어터 무하의 사무실에서 책상을 하나 빌려 사무실로 썼다. 지금은 여덟 명이 운교동 3층 사무실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판은 2016년 기획했던 ‘주지육림’ 프로젝트를 판의 성장 원동력으로 꼽는다. 10개월간 진행된 주지육림은 육림고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고, 판에게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판의 축제 기획력이 알려졌고, 이어서 축제 기획 요청이 들어 오기 시작했다.
콘텐츠로 승부수 던진 들깨 페스티벌
2017년 기획한 ‘들깨 페스티벌’은 판에게 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화천 너래안 들깨밭에서 열린 축제인 만큼 강원도보다는 서울 등 도시 사람들을 마케팅 대상으로 삼았다. 비닐하우스 캠핑과 들깨밭, 들깨창고 등에서 열린 음악공연, 독립영화 상영, 캠핑 파티 등으로 채워진 들깨 페스티벌은 판의 기획력이 빛났던 행사다.
하나둘 차곡차곡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판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강릉에서 ‘사회적경제 상품관’을 운영하며 규모를 키웠다.
협동조합 판 오석조 대표(왼쪽에서 여섯번 째)와 직원들
사회적 메시지 담은 페스티벌 기획
판은 매년 50개 정도의 행사를 만들고 기획한다. 그중 48개 정도는 돈을 벌기 위한 일이다. 의뢰받은 페스티벌이나 행사를 기획한다. 직원들의 감정이 소모되지만, 그런 행사를 통해 판의 기획력을 키우고 내실을 다진다. 나머지 2개 정도는 판이 만들고 싶어서 하는 행사다.
‘지구사이’나 ‘퇴사종용’ 페스티벌 등이 스스로 즐기기 위해 만든 페스티벌이다. 지구사이가 환경을 생각하고 만든 페스티벌이라면 퇴사종용은 문화기획자 당사자나 주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기획으로 푼 것이다. 퇴사를 꿈꾸는 이유, 적성과 미래에 대한 불안, 퇴사하고 싶어도 퇴사하지 못하는 이유 등 모두 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냈다.
내부 결속 다지며 상반기 보내
올 상반기는 코로나19로 쉬어 가는 분위기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속담처럼, 홈페이지 리뉴얼에 들어갔고 취업규칙을 재정비하는 등 판의 내부를 더 단단하게 다지는 시간을 보냈 다. 지난해 7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0억원을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19로 쉬워 보이진 않는다.
문화예술 단체 롤모델 되고파
오석조 대표는 “춘천 문화예술계에 들어온 사람들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 비정규직 일만 주니까 서울과 경기 등 넓은 지역으로 이동한다. 사람이 없으니 또 서울에서 데려오고, 그런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판이 아주 잘 나가서 젊은층이 춘천을 떠나지 않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나 단체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협동조합 판 금강로 97 3층
070-8672-0155~6
http://pancultu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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