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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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3

2020.6
#봄내를 꿈꾸다
너의 청춘을 응원해 17
청년농부 권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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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품은 달달한 엄마농부





아까시나무와 야생화, 밤나무로 둘러싸인 팔미리.

그곳에는 수만 마리의 벌을 키우는 청년농부 권수연 씨(34)가 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농부이기도 하고, 꿀을 판매하는 회사 ‘봉자’의 대표이기도 하다.



도시양봉 실습생으로 벌과 인연

시골 출신도 아니고 농사를 지어본 경험도 없는 권수연 씨는 아이들의 면역력 때문에 고민하다가 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17년 ‘봄내’지에 도시양봉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신청을 했는데, 운 좋게 교육생으로 선발됐다. 반년 이상 교육을 받고, 실습도 마쳤다.



현재 80개 벌통 농사

모든 과정을 수료한 후 벌통을 2개 분양받아 집 옥상에서 벌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듬해 벌통이 10개로 늘었다. 식구가 많아지면서 집에서 키우는 데 한계를 느꼈다. 이후 남면 가정리에서 벌을 키웠는데, 집과 농장을 오가는데 거리가 너무 멀어서 고생이 많았다. 꽃도 많고 집에서 다니기 편한 곳을 알아보다가 지금의 팔미리 부지를 찾았다. 무턱대고 이장님을 찾아가 문의해 지금의 농장 부지를 임대했다. 현재 벌통은 80여 개에 이른다.


봉자 농장에서는 1년에 네 번 꿀을 뜬다. 5월부터 6월까지 아까시 두 번, 야생화 한 번, 밤꽃 한 번 이렇게 네 번 채밀한다. 6월부터는 벌이 한 해를 지낼 수 있도록 준비해 준다. 벌의 먹이인 꿀을 모두 떠왔기 때문에 설탕물을 공급해 줘야 한다. 또 여왕벌을 교체해 주는 등 벌 관리에 들어간다.


청년 농부 권수연 씨(왼쪽)와 팔미리에 있는 벌꿀 농장






“벌꿀엔 설탕 없어요”

“사람들이 벌꿀에 설탕이 들어있다고 오해해요. 6월 이후 벌들에게 설탕을 먹이지만, 이건 벌들 먹이를 주는 거예요. 꿀을 뜨기 전 ‘정리채밀’을 확실하게 해서 천연꿀에는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요. 설탕을 먹여 얻는 저렴한 사양꿀과는 구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권 씨는 사람들이 벌꿀에 대해 오해가 크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오해를 바로잡고 싶다고 밝혔다.



봉자에서 출시한 스틱 꿀 ‘비밀



양봉, 시간 자유로워 육아 병행

권 씨는 전업주부였다. 취미로 시작한 양봉이 너무 재미있어 이제는 벌을 키우는 농부가 됐다. 평소 벌레도 무서워하고 농사는 꿈도 꿔 본 적이 없는데, 이제는 양봉에 푹 빠졌다. 권 씨는 “두 아이를 키우며 직장 생활은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양봉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설명했다.



먹기 편한 튜브병·스틱꿀 출시

‘벌을 키우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은 봉자는 꿀을 생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판매도 한다. 봉자에서 판매하는 꿀은 일반 유리병에 담겨 있지 않다. 권 씨는 꿀을 좋아하지만, 평소 먹기 번거로워 피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여러 궁리 끝에 ‘땅콩병’이라고 부르는 튜브병을 용기로 선택했다. 또 들고 다니며 먹기 쉽게 스틱형으로 개발, ‘비밀(bee miel)’이라는 이름의 제품을 출시했다.



튜브병에 담긴 야생화 꿀


청년 대상 경제적 지원 프로그램 많아

스틱꿀 ‘비밀’의 디자인은 춘천시정부가 진행한 식품산업 인큐베이팅의 도움을 받았다. 또 권 씨는 지난해 4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행하는 청년창업농에 선정돼 3년간 국가 바우처를 받고 있다.


권 씨는 농사를 짓거나 창업을 준비할 때 시나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제도가 많이 있다며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주변 청년들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꿀술 ‘미드’ 개발하고파

권 씨의 다음 목표는 꿀을 이용해 술을 만드는 것이다. ‘미드(mead)’라고 부르는데, 꿀을 누룩으로 발효시켜 만드는 술이다. 청년 창업지원 프로젝트 ‘스타트업 챌린저’에 선정, 내년쯤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어르신들이 저보다 벌 농사는 훨씬 잘 짓는데, 업체에 대량으로 넘기다 보니 이문이 적어요. 앞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통해 수매를 도와드리고, 이익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권 씨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