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아들, 직장 관두고 요리 배워 새 메뉴 개발도
“소풍·운동회날 아이들과 함께 못해 미안함 남아”
요선동 골목엔 한 자리에서 골목을 잘 지켜준 귀한 가게들이 많다. 그 귀한 가게들 가운데 38년 차 요선통닭집을 찾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전과 다르게 썰렁했지만 여전한 미소로 반겨주시는 신영자 사장님(67). 1983년에 처음 문을 연 ‘요선통닭’집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막내가 5살 때였어요. 아이들이 셋인데 뭘 좀 더 해야겠다 싶어서 춘천에서 통닭집을 하시던 형님과 의논을 했는데, 기술을 알려줄 테니 통닭 장사를 해보라고 하셨어요. 제 고향이 춘천은 아니지만 아이들 아빠 고향이 춘천이에요. 3남매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경기도에서 춘천으로 이사온 후 형님에게 열심히 배워서 시작한 것이 오늘까지 이르게 됐어요. 이렇게 오래 하게 될지 몰랐지만 후회도 없고 행복합니다.”
오래된 손님들과는 서로 안부를 물으며 지낸다며 춘천은 제2의 고향이라고. 특히 8년째 함께 해주고 있는 아들이 있어서 더 힘이 난다고 한다.
“처음에는 반대했어요. 잘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장사를 한다니 걱정이 됐어요. 쉬운 길이 아니니 그냥 직장을 다니라 타일렀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은 눈빛만 봐도 제일 잘 통하는 사이가 됐어요. 아들이 직장을 정리하고 한동안 요리를 배워 메뉴도 개발했어요. 손님들이 다양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어요.”
장사를 하며 좋기만 했을까, 힘드셨던 점을 여쭸다.
“힘들었지요. 특히 우리 아이들 소풍, 운동회 때 오래 함께 있어 주지 못한 게 가장 미안해요. 통닭집은 그날이 대목이라 가장 바쁜 날이었어요. 그것이 가장 미안해요. 그런데도 아이들이 바쁜 엄마 아빠를 잘 이해해주고 잘 커준 게 가장 고마운 일이에요.”
그렇게 잘 자라준 막내아들이 엄마와 함께 같은 길을 걷겠다 하니 얼마나 뿌듯하실까 싶다.
사장님께 처음 통닭 가격이 기억나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당연하다고 말씀하셨다.
“3,500원으로 시작했어요.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그 세월 동안 지금까지도 꾸준히 잊지 않고 오시는 단골 손님들이 변함없는 맛이 고맙다고 얘기해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정성을 다하는 거예요. 양배추도 다 썰고 치킨무도 담그며 1부터 10까지 손님들에게 나가는 음식은 다 직접 해요. 오셔서 맛있다고 말씀해 주시고 꾸준히 와주시니 정말 고맙죠. 제가 힘이 닿는 데까지 하고 싶어요.”
말씀을 하시며 중간중간 촉촉해지는 목소리에 사장님이 하시는 일에 얼마나 진심이 담겨 있는지 애정의 깊이가 느껴졌다.
코로나19로 많이 힘드신지 여쭈니 “많이 힘들긴 해요, 그래도 모두가 힘들잖아요. 잘 견뎌내 보자 노력하고 있어요.”
38년 동안 한결같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헤아릴 수가 없다.
사장님의 요선통닭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느껴지는 건 단순한 음식에 대한 애정과 직업이 아니라 겸손함과 한결같음에 대한 삶의 철학이었다.
어렸을 적 처음 맛본 통닭 맛을 누가 잊을 수 있을까? 세상에 이런 음식이 있었나 눈 번쩍 뜨게 했던 7살에 처음 맛본 그 맛을 다시 만났을 때의 놀람과 그리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수많은 브랜드가 넘쳐나는 치킨 홍수 속에 38년간 잘 버텨준 요선통닭집이 고맙다. 오래도록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