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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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6

2021.7
#봄내를 꿈꾸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한자리서 50여년… 마음을 치료해주는 약방
50여 년 세월 풍경 간직하고 있는 지촌리 ‘성심약포’

성심약포 주인 방환선 씨와 남편 최정환 씨


 국도변에 위치한 마을이라 차량의 왕래가 많아 꽤나 떠들썩할 줄 알았는데

이따금 내달리는 자동차 소리 외에는 별다른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고요하기만 했다.

약방 바로 옆에는 이 마을의 모든 이야기를 한 아름 품고 있을 법한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마을을 지켜주고 있었다.
 느티나무 옆으로 네모난 간판에 약이란 큰 글자가 쓰여있는데

가까이 가보자 약이란 글자 위에 성심약포란 작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크게 쓴 약 간판 위에 흔하지 않게 작게 쓰인 글자가 궁금했고 그래서 자세히 보게 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약방의 정식 명칭이 성심약포란 걸 알게 됐다.

 서너 평 남짓 되는 약방에 들어서자 색 바랜 선반과 진열장 안에는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약들이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었고

안쪽으로는 한눈에 봐도 겉표지 색이 바래 오래돼 보이는 약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벽면 중앙의 액자 안에는 매약상허가증이 빛바랜 증명사진과 함께 걸려 있어 오래된 약방의 지난 세월을 한눈에 엿볼 수 있었다.
 약방을 운영할 초창기 때까지만 해도 주변에 많은 분이 찾아 다양한 약을 갖다 놨는데

지금은 주변 환경이 많이 변해 약을 많이 갖다 놔도 찾는 이가 없어 유통기한 지난 약만 늘어 가고

요즘은 동네에 아이들조차 없어 아이들 약은 아예 하나도 없다고 했다.
 손님들이 약을 사러 오지 않으니 많은 약을 갖다 놓을 수도 없다면서 하루에 천 원어치 약을 팔 때도 있는데

지금은 약을 팔려고 가게 문을 열어 놓는 게 아니라고 했다.
 예전에는 지암리, 오탄리, 신포리 등 이웃 마을에서 단골손님이 자주 찾았고

멀리 가일리에서까지도 힘들게 배를 타고 약을 사러 오셨는데 그동안 많은 분이 시내로 이사를 가거나 세월이 흘러 돌아가셨다고 했다.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문을 열어두는데 서울서 자가용 타고 지나다가 멀미약이나 소화제 사러 온 손님들이 있거나

가끔 잠이 든 깊은 밤에 외지에서 온 손님이 급하게 문을 두드리며 찾아와 진통제를 사러 오는데

고마움을 전하며 약을 사갈 때가 가장 기쁘고 보람 있다고 했다.

 가는 세월을 붙잡지 못해 안 아픈 곳이 없지만

동네 분들과 주변에서 협조해 주고 도와줘 항상 고맙게 느낀다고 말하는 그녀는 언제까지 약방을 열지 알 수 없지만

그날까지 자신의 약방을 알고 찾아주는 모든 분과 안부를 전하며 시간을 함께하겠다고 했다.


성심약포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