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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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3

2020.6
#봄내를 즐기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12년 이어오는 따끈한 장터국수
매주 목요일 농협중앙회 직거래 장터서 국수 판매

일부러 찾아오는 어르신들 대접하는 보람

직접 농사지은 국산 재료로 만들어




중앙시장과 보건소 근처에 농협중앙회 강원지부가 있다. 이곳에서 매주 목요일이면 우리 농산물직거래장터가 열린다. 그때그때 나는 제철 나물과 과일들, 갓 짠 신선한 참기름, 들기름 등 장터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풋풋함이 정겨움을 더한다.


지난 5월 7일은 코로나19로 그동안 열리지 않았던 장터가 올 들어 처음 열린 날이었다. 목요장터가 열리기를 애타게 기다린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곳 장터에서 파는 국수 맛을 잊지 못 한 사람들이다.

“국수 먹고 싶어서 혼났어. 여기 국수 먹으려고 일부러 후평동에서 왔다니까.” 국수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계산을 하던 60대 어르신의 말씀이다.


12년을 한결같이 이곳에서 국수를 말고 있는 사람은 동면 지내1리 부녀회장 김종혜 씨(63)다. 김종혜 씨 부부와 지내1리 부녀 회원들이 두 팔 걷어붙이고 국수와 빈대떡을 만든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다 10년 이상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에요. 돈을 받고 하는 일이지만 수고하는 거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금액이에요. 봉사하는 마음 없으면 못 해요. 국수 한 그릇 3,000원 받아서 뭐가 남겠어요? 육수 내고 김치 담고 재료비가 엄청나요.”





국수 면과 녹두는 국산을 쓸 수 없지만 나머지 재료들은 모두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우리 농산물이다. 배추, 고춧가루, 마늘, 파 등 온갖 양념이 모두 국산이다. 국수를 미리 삶아 오면 편하지만 갓 삶은 국수의 맛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힘들어도 장터에서 직접 국수를 삶고 헹구어 말아놓는다. 말아둔 국수가 다 떨어지면 그날 장사는 끝이다.


멸치육수도 장터에서 직접 우린다. 육수가 떨어져도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는다. 장사속으로 하는 일이라면 시판 다시다를 풀어서 금방이라도 만들 수 있는 게 육수지만 한 번도 타협을 한 적 없다.


“빈대떡도 3,000원인데 인기가 많아요. 4장은 만원인데 포장 주문이 많아요. 마을버스 타고 중앙시장 정형외과에 치료 받으러 오시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일부러 목요일에 맞춰 병원 진료를 보신다고 해요. 그러니 얼마나 보람을 느끼겠어요.”


나이가 들면서 다리가 불편해진 김종혜 씨는 이 나이에 이 몸으로 어디 가서 봉사를 하겠냐며 어르신들께 국수를 대접할 수 있는 이 일이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목요일엔 장터국수 한 그릇 먹으러 중앙시장으로 나가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