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념 공연 ‘마르시아스’
작곡가 마이에링 · 타악기 연주자 정은비
기미독립선언문을 공동명의로 발표한 민족대표 33인
3·1운동의 숭고한 정신과 우리나라의 평화와 자유 정신을 널리 알리는 ‘마르시아스-타악기 독주를 위한 심포니’의 작곡가와 연주자를 만나 보았다.
‘마르시아스-타악기 독주를 위한 심포니’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마이에링 씨 가 ‘기미독립선언문’에 감동을 받아 그 내용을 타악기 심포니로 작곡한 곡이다. ‘마르시아스’는 음악의 신 아폴론과 연주 대결을 벌이다 패하자 그 벌로 살가죽이 벗겨져 최초의 북이 되었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숲의 정령이다.
마이에링 씨는 ‘마르시아스’ 이야기가 일제의 압제에 항거해 만세운동을 벌인 한국인과 닮았다고 이야기한다. 연주는 춘천 출신 퍼커셔니스트(타악기 연주자) 정은비 씨의 독주로 이루어진다. 두 사람의 작업은 지난해 독일 초연에서 유럽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3·1만세 운동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우리나라의 평화와 자유 정신을 기리는 ‘마르시아스’ 공연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
공연문의 259-5421
작곡가 코어드 마이에링
“3·1만세운동이 일제의 탄압에 스러져버리기만 했다면 100년의 정신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Q. 기미독립선언문을 어떤 계기로 접하게 되었나요? 평소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있었나요?
A. 2005년 첫 한국 방문 이후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늘 많은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2019년 3월 1일에 연주될 독일 유명 현대음악제의 폐막작을 위촉받았을 때 타악기 연주자 정은비 씨와 작품을 구상하면서 우연히 한국의 3·1 만세운동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들려준 100년 전 한국의 독립운동과 기미독립선언문은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Q. 기미독립선언문의 어떤 점이 그렇게 감동적이었나요?
A. 이 선언문은 저에게 하나의 상징입니다. 평화의 상징이자 협력과 독립의 상징이지요. 왜냐하면 독립이 없으면 자유가 없고 자유가 없으면 평화도 없기 때문입니다. 기미독립선언문에는 한국을 넘어 인류 전체가 추구하는 인간의 존엄성, 인류의 행복, 세계 평화 등 보편적인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Q. 그리스 로마 신화의 ‘마르시아스’가 일제에 항거한 한국인과 닮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그러한가요?
A. ‘마르시아스’의 살가죽으로 만들어진 북이 고통에 신음만 했다면 ‘마르시아스’는 전설이 되지 못했을 겁니다. 마르시아스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초월한 북소리를 내어 예술이 되었을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3·1만세운동이 일제의 탄압에 스러져버리기만 했다면 100년의 정신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고통과 죽음을 초월한 대한민국의 기미독립정신이 3·1운동 101주년을 기념하는 오늘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주자 정은비
“100년 전 역사적 순간을 그대로 가져오고 싶어 연주에서 기미독립선언문 원문을 그대로 낭송합니다.”
연주자 정은비
Q. 춘천 출신인데 고향에서 연주하게 된 소감을 들려주세요.
A. 베를린 필하모니홀, 모스크바 차이콥스키홀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홀에서 연주하며 살지만 독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작품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연주하는 감회가 새롭습니다.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못하고 그저 음악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이역만리에서 활동 중인 음악가의 좋은 작품을 알아봐 주신 춘천문화재단 최돈선 이사장님과 베를린 윤이상하우스 정진헌 운영관장님께 감 사드립니다.
Q. 타악기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A. 저는 타악기를 가장 원초적이고 가장 대중적인 악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두드리면 소리가 나니까요.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악기지요. ‘마르시아스’는 유럽의 클래식 악기가 주를 이뤄 구성되었지만 동시에 한국악기를 중심으로 동양의 타악기는 물론 여러 문화에서 온 샤먼타악기가 함께 등장합니다.
Q. 공연을 본 관객들이 어떤 것을 느끼길 원합니까?
A. ‘마르시아스’ 공연에서 기미독립선언문이 원문 그대로 낭송됩니다. 현대판이 있음에도 길이도 훨씬 더 길고 발음도 어려운 원문을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100년 전 역사적 순간을 그대로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보고 있을 북에서 온 관객도 ‘마르시아스’를 번 역본 없이 감상하길 바랐습니다. 세계 유일 분단도인 강원도 출신인 저는 이러한 염원을 담아 작곡가에게 주문을 해왔습니다. 저의 이런 마음을 감상해주신다면, 더 의미 있는 음악회 감상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코어드 마이에링 씨와 정은비 씨가 해외에 있는 관계로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