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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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6

2021.7
#봄내를 꿈꾸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즐거움, 롱보드가 선물해 주었죠”
국내 최고령 롱보더 ‘감자할배’ 이재훈 씨의 신나는 청춘인생

 호수의 서늘한 바람결이 늘 싱그러운 의암공원,

한 무리의 소녀들이 ‘롱보드’에 비스듬히 늘어선 채 콘크리트 트랙을 누빈다.
초여름 햇살에 달아오른 앳된 얼굴들 사이로 호리호리한 몸매의 한 중년 남성도 보인다.

롱보드를 즐기는 아이들 사이에선 잘 알려진, 유튜브에서 ‘감자할배롱보더’라는 계정을 운영하는 이재훈 씨(61·퇴계동)다.
롱보드Long Board는 42~46인치 크기의 가늘고 기다란 판재에 작은 바퀴 4개가 달린 운동기구로 주로 청소년들이 즐긴다.

바다의 서핑 보드가 육지로 올라와 바퀴를 단 것이 롱보드, 길이가 더 짧은 스케이트보드, 그리고 눈 위로 올라가 스노보드로 변했다.


이재훈씨와 그의 ‘어린 친구’들


 “롱보드 경력은 짧습니다. 시작한 지 3년쯤 되었고 중급 수준이죠. 젊은이들이 타는 모습이 무척 재미있어 보였고,

배워두면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는 수단이 되겠다, 그런 생각에서 시작했죠. 물론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는 목적도 있었고요.

롱보더들 중에서는 어쩌면 제가 국내 최고령자일 겁니다, 하하.”
 젊었을 때 스케이트와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즐겼던 ‘운동신경’ 덕에 롱보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익혔다.

틈날 때마다 의암공원에서 보드를 타던 그에게 망외望外의 즐거움이 생겨났다.

롱보드를 함께 즐기는 ‘어린 친구’들이 하나씩 늘어 갔고, 그를 ‘쌤’이라 부르며 점차 따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손자뻘 아이들과 함께 보드를 즐기고, 이런저런 새로운 기법을 익히는 일, 무척 즐겁습니다.

보드를 타는 순간만큼은 같은 또래로 돌아가야 서로 어울릴 수 있죠.”
 그는 지난해 여름, 유튜브 계정을 만들어 아이들과 롱보드를 배우고 즐기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고로 알려진 롱보드 스폿Spot 의암공원 트랙을 홍보하고, 입문자를 위한 교육 수단,

보드를 통해 만난 ‘어린 친구’들의 성장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후 4시경 업무가 끝나면 매일 2시간 정도 보드를 즐기다 귀가합니다.

30세 전후인 딸만 셋을 두었는데, 이 녀석들이 도통 결혼할 생각을 안 해, 하하.

손자 손녀 볼 나이다 보니 롱보드를 매개로 사귄 어린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말끝마다 경쾌한 웃음이 따라붙어 덩달아 대화가 즐거워지는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는 그의 직업은 농협은행 감사다.

현재 춘천·화천·홍천·철원 농협은행의 회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동시에 ‘시선施善미래경영연구소’ 원장, 웃음치료사, 변화·행복 전도사, 리더십 강사로 활동 중이다.
 홍천 출신으로 강원대 식품공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대학에서 6년, 농협안성교육원에서 14년 등

주로 농협 이념과 회계 분야를 가르치는 교수로 25년간 재직했다.
 30분 정도 짧은 인터뷰 동안, ‘쌤’ 주변을 보드를 탄 채 오가며 유튜브에 올릴 동영상을 찍겠다며 스마트폰을 조작하고,

카메라를 꺼내자 포즈를 취해주던 ‘소녀 친구’들에게 칭찬을 건넸다.
 “다들 건강하고 예쁘구나!”
 “네, 알고 있어요, 예쁜 거~”
 누군가의 깜찍한 답변에 다들 소리 내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