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결혼을 한 여성이 있어요. 살면서 조금씩 가정폭력의 정도가 세졌지만, 참으며 살았대요. 결혼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고,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겠다고 생각해온 거죠.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학대를 견디며 30년을 살았어요. 가정폭력을 신고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해요. 도움받을 방법도 찾아볼까 했지만, 엄두가 안났다고요. 자식도 3명이나 되고. 그렇게 참다 참다 결국 여기 상담소로 찾아왔을 땐 우울증과 무기력감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어요.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뭔가를 선택하고 행동을 취해야 하는데, 그러기에 너무 지친 거죠.”
피해자 안전 · 가정 회복에 포커스
춘천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 허애경 소장(58)은 상담소를 찾는 많은 내담자 가운데 안타까운 사연으로 50대 여성 A씨를 꼽았다.(지역이 좁고,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면 누군지 알 수 있는 상황이라 대략적인 설명만으로 묘사했다.)
A씨는 결국 장성한 자녀와 함께 심리상담을 받았다. 상담원들은 A씨가 자신이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데 꽤 오랜 기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A씨는 쉼터에 머물면서 법률 자문을 받고, 경제적 자립을 위한 재교육 등 모든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자신과 자녀 등 가족에 대한 미래를 직접 결정하고, 남편과의 담판에 나섰다.
흔히 피해자를 구제한다는 측면이 강조되다 보니 ‘무조건 이혼’을 권하는 것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상담소는 피해자의 안전과 가정의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춘천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와 그 가족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가해자 교정을 통해 재범을 방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 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 지역 사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90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춘천지부로 개소, 춘천성폭력상담소(1995년)와 가정폭력상담소(1998년)를 설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허애경 소장과 전문상담 요원 5명 등 6명이 폭력 피해자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고 있다. 이들은 음악이나 미술 등 매체를 활용한 치료 자격증도 갖추고 있다.
지난해 피해자 · 가해자 3200건 상담 · 교육
한림대에 마련된 성폭력 예방 홍보부스
2019년 한 해 이곳을 통해 상담이나 교육을 받은 사례는 3,200건에 이른다. 춘천뿐 아니라 홍천 인제 화천 철원 양구 등 영서권을 아우른다. 3,200건의 사례에는 피해자 상담과 지원뿐 아니라 가해자 교정 프로그램도 포함된다.
춘천보호관찰소 의뢰로 가정폭력 행위자 교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교정 프로그램도 있다. 춘천교도소에서 성범죄자 재범방지 교정치료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허 소장은 “성폭력 초범 등은 교정 프로그램을 거치면 재범확률이 낮아진다”며 “물론 1주일 교육으로 완전히 달라지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범죄 진행 시기를 늦추거나 가해자가 한 번쯤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효과는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찾아가는 상담소’ 운영
올해 춘천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는 ‘찾아가는 폭력피해 위기 가정 방문상담’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방문상담은 상담소나 경찰서에 직접 찾아오지 못하는 장애인이나 노년층 가구를 직접 찾아가 상담과 지원을 해주는 사업이다. 상담소와 지역 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 담당, 경찰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경 협업 사업으로,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실질적인 도움을 줄 계획이다.
허 소장은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발생시 가장 중요한 일은 전문기관에 신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고가 제일 중요하다. 112 신고는 필수다. 신고는 나중에 철회할 수도 있다.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조짐이 있거나 위기가 느껴지면 언제라도 신고를 해야 한다”며 신고와 동시에 보호조치가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담 방법 및 시간(월~금)
면접상담 : 오전 10시~오후 5시(전화예약)
전화상담 : 오전 10시~오후 6시
(이후 시간에는 여성긴급전화 1366 강원센터로 착신됨)
*무료 법률 상담(변호사 연계)
상담시간 : 매월 둘째, 넷째 주 월요일
상담방법 : 예약 후 면접 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