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는 서울 사람이 먹고 국시는 시골 사람이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국시는 강원도와 경상도, 전라남도, 함경도 등에서 쓰이는 방언이다.
방언이 주는 느낌 때문일까. 국시는 국수보다 좀 더 정겹고 구수한 맛이 날 것만 같다.
중앙시장의 ‘낭만국시’도 이름이 ‘낭만국수’였다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아니었을까.
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금방 출출해진다. 많은 군것질 거리가 있지만, 시장하면 으레 잔치국수나 칼국수가 떠오른다.
특히 요즘처럼 찬 바람이 부는 때는 따끈한 국물이 제격이다.
낭만국시는 점심시간이면 가게 앞이 늘 사람들로 북적이고, 한가할 것 같은 3~4시에도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일 필요한 면만 직접 뽑아 하루 숙성
가게에 들어서면 두 가지 ‘안내사항’이 눈에 띈다. 춘천시에서 인증하는 ‘착한가격업소’와 ‘나눔의 잔치’에 대한 설명이다. 메뉴와 가격은 모두 단촐하다. 칼국수, 잔치국수, 비빔국수와 김밥 등 4가지뿐이다. 국수류는 모두 4,000원이고 김밥은 2,000원이다. 국수 한 그릇이 부족하다 싶을 때는 김밥이 ‘딱’인데, 오후 늦게 가면 다 떨어진 경우가 많다. (여름철에는 한정 메뉴로 열무국수가 추가된다.)
처음 문을 열 때 3,000원이었던 국수는 500원씩 두 번 인상돼 지금의 4,000원이 됐다. 배추김치가 곁들이로 나오는데, 배추 값이 크게 오를 때 국수 값을 두 번 올렸다.
낭만국시는 우승희 사장(39)의 부모님이 2012년 문을 열었다. 당시 중앙시장 골목 안쪽 월세가 싼 곳에 자리를 잡았다. 월세가 높은 곳에서는 가게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골목 안이었지만 몇 년 새 입소문이 나고 단골이 늘었다. 우 사장의 부모님은 당시 서울에서 일하던 두 자녀 우승희 씨와 우승완 씨(40)에게 춘천으로 와 함께 장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살이에 지친 두 사람은 3년 전 춘천으로 돌아왔다.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다. 우승희 씨는 가게에서 음식과 서빙을 담당하고, 우승완 씨는 점심시간까지 가게 일을 돕고 오후 2시 면 제면소(중앙시장 다른 골목에 위치)로 가서 칼국수 면을 만든다. 칼국수의 쫄깃한 면발은 매일 필요한 양을 직접 뽑아 하룻밤 숙성을 시키는데 그 비법이 있다.
첫째 주 일요일 점심 모든 손님 무료 대접
“낭만국시는 한 달에 한 번 칼국수를 무료로 대접해 드리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오셔서 즐기실 수 있는 자리입니다. 저희 낭만국시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는 그런 취지의 자리입니다. 많은 관심과 방문 부탁드려요~.”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이면 직원들은 제외하고 온 가족이 모두 출근해 나눔의 잔치를 연다. 벌써 4년째 이어오는 낭만국시의 나눔 잔치는 처음 75세 이상 어르신들과 장애인 분들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모르고 국수를 드시러 오는 손님들을 그냥 돌려보내기가 미안해 결국 나이와 장애·비장애 구분을 없애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 가게를 찾는 모든 이에게 칼국수를 무료로 제공한다. 매번 100~120그릇 정도를 준비하는데 오후 1시 정도면 재료가 모두 소진된다.
자연스러운 합석…초면에도 이야기꽃
작은 가게 안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4인용 식탁에 한두 명이 앉아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나이가 많든 적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4인용 식탁은 거의 네 명씩 꽉꽉 채워 앉는다. 자연스럽게 합석이 되고, 초면임에도 눈인사가 건네진다. 넉살 좋은 사람들은 오래된 친구처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우승희 사장은 “합석한 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앞으로 넓은 국수 가게를 하고 싶다고. 국수만 먹는 곳이 아니라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곳이요. 동네 경로당이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