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검색 닫기

VOL.349

2020.2
#봄내를 꿈꾸다
너의 청춘을 응원해 14
수아마노 백동현 셰프
춘천 하면 닭갈비와 막국수? 이탈리아 요리도 있어요





“인생에는 가끔 기분 좋은 우연이 필요하다.

아니,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삶의 몇몇 지점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그 모든 순간이 모여, 나를 춘천의 이탈리아 요리사로 만들었다.”


책 ‘우린 춘천에 가기로 했다’ 중에서




수아마노 백동현 셰프(37)와 약속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점심 식사 시간이 끝나고 브레이크 타임에 맞춰 육림고개에 위치한 ‘수아마노’를 찾았다.

오후 4시 가 넘어서야 직원들과 늦은 점심(혹은 이른 저녁 식사)을 하고 있었다.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식사를 마치고 인터뷰에 응했다.






이탈리아 유학 후 창업


“연말 연초라 예약이 많은 편이여요. 개인적인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네요.”

백 셰프는 2018년 8월 육림고개 청년몰에서 ‘그의 손’이라는 뜻의 이탈리아 가정식 식당 수아마노를 오픈, 20대부터 품어온 작은 꿈을 이뤘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그간의 이야기를 담은 책 ‘우린 춘천에 가기로 했다’를 펴냈다.


백 셰프는 어렸을 때부터 부엌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걸 좋아했다. TV에서 본 서양 요리사는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고 한다. 수능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요리 전공을 택했다. 군 전역 후 파스타, 그중에서도 새하얀 크림파스타가 좋아 이탈리아 음식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탈리아, 프렌치 레스토랑 등에서 일하며 틈틈이 유학 경비를 모았다.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직접 경비를 마련하느라 29세의 늦은 나이에 요리 유학길에 올랐다.







육림고개 청년몰 창업 지원사업 선정


한국으로 돌아와 여러 레스토랑에서 일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춘천 육림고개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열 기회가 생겼다. 2017년 겨울 두 달간 ‘디에치’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도 있었지만, 두 달이 다 되어 갈 무렵에는 주변에 입소문이 나고 제법 단골까지 생겼다.


“돈은 없고, 꿈만 있었죠. 디에치를 운영하는 동안 육림고개 청년몰 사업단 포스터를 보게 됐어요. 그때 창업 지원에 대해 알게 됐고, 지원해 본 거죠. 안 되면 또 다른 길을 찾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창업 지원을 받으면서 꿈이라고 생각했던 ‘내 레스토랑’이 점점 구체화됐다.

“처음부터 레스토랑을 오픈하려고 했다면 여러 번 좌절했을 것 같아요. 다행히 당시 팝업스토어 붐이 있었고, 짧게나마 내 가게를 운영해 보니 경험이 쌓이면서 길이 조금씩 보이더라구요.”




실패 · 현실적인 고민 등 담아 책 출간


백 셰프는 창업 지원을 받으면 레스토랑을 금방 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팝업 레스토랑 단골 고객의 물음에 이듬해 4월쯤이면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대답했지만, 쉽지 않았다. 육림고개에 있는 오래된 건물을 손보고, 화재 등에 대한 안전 점검 등 필요한 절차가 길어졌다. 한 달 두 달 오픈이 지연되다가 그해 8월 드디어 수아마노가 문을 열었다.


수아마노는 2년이 채 안 됐지만, 춘천의 이탈리아가 정식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2020년 1월, 수아마노는 정부 지원을 끝내고 홀로서기에 들어갔다. 주방 포함 14평에 테이블 8개의 작은 규모이지만 주말은 대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간의 이야기를 모아 책을 내게 됐어요.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닌데 책을 내는 것이 맞나 고민했어요. 하지만 꿈을 가지고 자신만의 노력을 다했다면, 그 내용이 동화처럼 잘 흘러가지 않더라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패도 맛보고 현실적인 고민도 담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탈리아 식당 골목 만들고 싶어


백동현 셰프의 꿈은 단순하다. 춘천 하면 닭갈비와 막국수 다음으로 이탈리아식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가정식은 트라토리아, 화덕피자를 하는 곳은 피제리아, 일반 음식은 리스토린테 등…. 음식 종류에 따라 식당 이름과 스타일이 달라져요. 춘천에 여러 가지 버전의 이탈리아 식당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식문화가 알려지겠죠. 그리고 그 중심에 제가 있으면 더 좋겠어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