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걷기 좋은 길을 찾고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민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을공동체 ‘가벼운 춘천 여행’ 회원들이다.
춘천 사람도, 타지 사람도 하나같이 ‘이런 여행은 처음’이라며 감탄하는 그들의 여행길을 따라나서 보자.
춘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는 ‘가벼운 춘천 여행’ 회원들
강 따라 산 넘어 빵 먹으러 가는 길
가벼운 춘천 여행 박미희 대표는 춘천에서 꽤 유명한 ‘행복향유사’다.
약사라는 좋은 직업을 잠시 접어두고 몇 년 전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전국 구석구석을 여행한 후 ‘우아한 여행’이라는 책을 펴낸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춘천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싶어 지인들과 함께 만든 모임이 바로 ‘가벼운 춘천 여행(이하 가춘여)’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누구나 쉽게 참가할 수 있는 춘천 걷기 모임을 만들고 싶었죠.
때마침 시에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을 하길래 응모를 했는데 통과가 됐어요. 500만 원을 지원받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죠.
처음 시작은 5명이었는데 나중에 인원이 늘어 11명이 됐어요. 프로그램만 참가하는 인원은 더 많고요.
춘천 홍보를 위해 타지에 사는 분들도 적극 환영하고 있어요.”
가춘여는 춘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모임이다.
춘천의 유명한 길을 찾아 걷기도 하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처음에는 춘천을 동서남북 그리고 중앙 이렇게 5개 권역으로 나눠 탐색했는데 작년에 모두 12개의 새로운 길을 찾았다.
“없는 길을 만든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기존에 있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길과 그 마을의 특색을 살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거지요.
올해는 우두동길, 홍천강길, 공지천길 총 3개의 길을 추가로 탐색해서 새로운 걷기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 겁니다.”
지금까지 찾은 길 중 대표적인 길 하나만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강 따라 산 넘어 빵 먹으러 가는 길’인 동춘천길이란다.
“신북로컬푸드매장에서 출발해 지내솔밭, 세월교, 월천사 산책길을 지나 월곡리 마을을 둘러보는 코스예요.
점심을 먹고 옥동굴을 체험하고 달아실미술관을 관람한 후 ‘그림 같은 빵집’에서 빵과 음료를 먹어요.”
코스를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도 대단하지만 가춘여의 진짜 매력은 길 따라 걸으며 나누는 ‘춘천 이야기’에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이곳이 바다였다는 사실을 알고 계세요? 춘천이 왜 분지가 됐는지는요?
전국 유일 살아있는 옥광산이 춘천에 생길 수밖에 없었던 춘천의 지질학 이야기는 어때요? 옥이 인체에 왜 그렇게 좋은지 알려드릴까요?”
그녀와 함께 있으면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한데 이런 춘천의 이야기들을 걸으면서 나눈다고 하니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실레마을 마을 가이드 양성 프로그램에 참석한 사람들 (우)산의 정기를 맡으며 숲요가를 체험하는 회원들
내가 사는 곳의 가이드가 되다
최근 가춘여는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마을 가이드 양성 프로그램_실레마을 편’을 실시했다.
김유정 소설집을 읽고 실제 소설 속 배경을 답사하는 총 6회에 걸친 교육이었다.
모두 16명이 참가해 9명이 수료증을 받았는데 이들은 앞으로 실전 심화 교육 2회를 더 받은 후 김유정문학촌이 있는 실레마을 가이드 자격을 갖게 된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지유현 씨는 “시내에서 5분, 10분만 나오면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 있고 소설 속 마을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춘천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가춘여는 할 일이 많다. 서춘천길, 남춘천길, 북춘천길, 중앙춘천길 4개를 더 걸어야 하고 앞서 언급한 새로운 길 3개도 더 찾아야 한다.
가춘여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춘천에 이런 길이 있었냐’ 하는 것이다.
춘천 사는 사람도 외지에서 온 사람도 모두 춘천에 반하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가춘여 회원들.
이들이 진짜 요즘 유행하는 말로 ‘찐’ 춘천 홍보대사가 아닐까 싶다.
“내가 사는 곳을 좋아한다는 것은 자기의 삶을 긍정하는 자세이고 주변을 긍정으로 바라보는 마음이다”라고 말하는 박미희 대표의 말을 새기며
가춘여가 개발한 15개의 길을 모두 걷고 싶어졌다.
7월, 9월, 10월에 4번의 프로그램이 더 남아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가춘여(010-3013-5761)로 연락하면 된다.
춘천을 걷다 보면 저절로 춘천 사는 자부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