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북문화예술공동체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참여
시민배우와 농악단 32명 중 최고령자
지난 1월 18일 한림대 일송아트홀에서 열린 ‘흰 사과나무’라는 창작뮤지컬에 오른 이미자(신북읍·75) 씨. 전업주부로만 살아오던 그녀의 첫 외도이자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꿈을 펼쳐 놓은 무대였다.
“그래요, 고마워요 나사장…. 아주 전통 있는 집안이군요….” 지난해 8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우아한 요리 연구가 귀부인으로 변신해 연습해왔던 대사 중 일부다.
“우연히 단원을 모집한다는 플래카드를 보았어요. 그냥 보고 지나가다가 신북, 우리 동네에서 하는 거라니 한번 도전해볼까 생각이 들었죠. 어렸을 적 꿈이기도 했고.”
창작뮤지컬 ‘흰 사과나무’는 신북 문화 예술공동체(대표 강한규)가 신북읍에 거주하는 아마추어 예술가들과 함께 만든 첫 번째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금광마을을 배경으로, 한 베테랑 광부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거짓된 이야기를 통해 인간성의 본질을 다루는 작품으로 2019년 강원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이다.
연출과 각본을 맡았던 장정훈 감독은 ‘쉽지 않은 일을 도모하자니, 속이 시끄럽고 힘들어 일을 포기할까 고민하던 차’에 나이가 많아 망설이는 이미자 씨의 전화를 받고 프로젝트를 끝까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나이를 먹었어도 딸 같은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연습하면서 젊어지는 기분도 들고 황홀했어요. 남편이 무척 완고한 사람인데 연습한다고 태워다주고 데리러 오고 해주니까 힘도 나고 마냥 좋았죠. 주변에서도 용기가 대단하다고 얘기해주고….”
이미자 씨는 요즘 젊었을 때는 잘 몰랐던 부부의 정을 새삼 느낀다고 살짝 귀띔한다. 하고자 하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의 에너지 앞에 나이는 장애물이 될 수 없는 것 같다.
“엄마도 이런 거 해봤다고 자식들한테도 얘기해주고 싶어요. 또 이런 경험을 언제 해보겠어요. 멋진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작품도 해보고 싶다는 이미자 씨의 제2의 인생은 지금부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