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소나무와 바위가 많아 솔바우로 불리는 마을이 있다.
춘천 사북면 송암리 솔바우마을로, 최근 이 마을에 재생공간 솔바우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마을 인근 춘천호 주변에서 낚시하던 사람들은 이 곳이 카페인 줄 알고 찾아올 만큼 산뜻하고 예쁘다.
이 솔바우하우스가 오랜 기간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 한동안 버려졌던 정미소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이 마을 사람들뿐이다.
폐정미소 리모델링… 솔바우하우스 열어
버려진 송암정미소를 재생시켜 솔바우하우스(solbauhaus)로 탄생시킨 사람은 한옥 디자이너 최지혜(39) 씨다. 최 씨는 영어 교사로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2012년 홍천 한옥학교에서 건축과 한옥에 대한 이론과 실기를 배웠다. 그곳에서 강원대 김도경 교수와 ‘한옥과 문화’ 신지용 대표 등 건축 관련 사람을 알게 되면서 건축 일을 시작했다.
한옥 강의를 들으며 자연과 사람 사이에 자리하는 공간(집)을 지을 때 궁리할 것이 참 많다고 생각한 최 씨는 한옥시공컨설팅사 를 창업하면서 ‘궁리’라고 이름 지었다.
최지혜 씨가 디자인한 춘천 지혜원
춘천 ‘지혜원’· 강릉 ‘지유재’ 지어
최 씨는 이때부터 건축 현장을 따라다녔고 2015년에는 직접 부모님을 위한 집 ‘지혜원’을 지었다. 송암리에 있는 지혜원은 오래된 한옥 초가집인 폐가를 해체, 기존의 나무 등을 재활용해 신축한 아담한 한옥이다. 최 씨는 지혜원으로 도시환경 조성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춘천시에서 표창장을 받았다.
궁리는 강릉에 한옥을 한 채 더 지었다. 경포호수 남쪽 솔밭에 둘러싸인 허균 · 허난설헌 생가터 언저리에 있는 ‘지유재’다. 이 집 또한 2018년 강원 건축문화상 주거 부문 장려상을 수상했다.
최지혜 씨가 디자인한 강릉 지유재
새로운 농촌프로그램 개발 기대
솔바우하우스가 된 송암정미소는 지혜원을 지을 때 지나다니면서 보고 점찍어 두었던 건물이다. 마을종합개발사업으로 솔바우마을에 도정 공장이 들어서면서 기존에 있던 송암정미소는 문을 닫았다.
최 씨는 마을 이장님께 말씀드리고 이곳을 빌려 리모델링을 했다. 솔바우마을은 쌀산업과 농촌 체험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젊은 층이 없어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한정돼 있다. 마을 사람들은 솔바우하우스에 새롭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기대하고 있다.
솔바우하우스로 리모델링되기 전의 송암정미소
‘나무방앗간’ 연내 문 열고 싶어
솔바우하우스 앞 맞은편 건물은 송암정미소의 창고로 쓰이던 곳이다. 최 씨는 이곳을 ‘나무방앗간’으로 만들고 있다. 나무를 이 용한 목공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데, 필요한 기계들이 많다. 기본적인 기계 세팅을 위해 마련한 공간으로, 연내에 문을 여는 것이 목표다. 작은 가구, 한식 목공을 접목한 가구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다.
특히 양성평등을 접목, 여자아이들을 대상으로 목공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최 씨는 자신이 여자 목수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칠 계획이다.
솔바우하우스 내부 모습
마을 사람과 공간 · 수익 공유하고파
시골 마을이 점점 비어 간다. 젊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손길이 사라진 집은 금방 무너져 내린다. 터는 오래됐지만, 집은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최 씨는 이런 마을을 재생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마을 사람들이 솔바우하우스를 지나면서 뭐하는 곳인가 궁금해해요. 깨끗해져 좋아졌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요. 솔바우하우스가 거점이 돼 시골에서 생활하고 싶은 사람과 공간을 공유하고, 마을 사람들과 수익을 나누고 싶어요.”
우리의 소중한 환경을 위하여 ‘덜’ 건축하고, ‘더’ 오래 쓰려면, ‘더욱’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쌓여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신다면 언제나 환영합니다.
최 씨가 솔바우하우스를 홍보하려고 적어둔 문장은 그의 바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