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춘천-원산포럼
지난 6월, 춘천-원산포럼이 열렸다.
올해로 벌써 3회째라고 한다.
남북강원도의 수부도시 원산과 춘천을 잇기 위한 지방 단위의 남북협력 모색이다.
유일하게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는 강원도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시도라고 하겠다.
춘천은 한국전쟁의 흐름을 바꾼 ‘춘천대첩’으로 유명하다. 춘천에서의 결사 항전으로, 신속하게 남하하여 전쟁을 종식시킨다는
북한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이제는 역사의 물줄기를 되돌린다. 춘천에서부터 북진하여 원산까지 평화의 기운을 지핀다.
이미 남북협력의 상징으로 개성이 있다. 남쪽의 자본과 기술에 북쪽의 노동력을 결합하여 세계 시장에 남북합작의 상품을 내다판다는
산업도시의 전략이었다. 강원도 춘천이라면 남북협력 또한 강원도 특색으로 진행해볼 만하다.
평화라는 보편가치에 생명이라는 21세기의 새로운 가치를 보태 ‘생명평화’의 춘천-원산포럼으로 진화시켜가면 좋을 것이다.
마침 북쪽의 원산은 김정은 위원장의 고향으로 마식령 스키장부터 갈마지구까지 관광산업의 중심으로 만들어가려 하고 있다.
아주 새로운 현상만도 아니라고 하겠다.
20세기 초부터 원산은 서해의 인천에 부럽지 않을 만큼 국제도시로 비상했다.
1916년 조선 최초의 수영 강습회가 열린 바다가 원산이었다. 1929년 만해 한용운이 원산 일대를 기행하며 남김 ‘명사십리’를 읽노라면,
전망 좋은 바닷가에 외국의 별장이 20여 채 줄지어서 있다는 기록이 나온다. 당대 동북아시아의 대표적인 휴양 도시, 레저타운이 조성된 것이다.
1930-40년대에는 캘리포니아의 유행이 실시간으로 전파되어 이국적인 해안 풍경을 연출했다고도 한다.
송도원 유원지, 송도원 해수욕장,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흡사 서핑족들로 가득한 LA의 베니스 비치, 롱 비치, 말리부 비치를 연상시켰다.
국제 레저도시에서 군사도시로 변한 원산
크루즈 여행도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출항하는 크루즈를 타고 금강산에 당도했다.
그중에서 특히 원산은 샌디에이고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동태평양 연안도시의 핫트렌드가 곧장 전파되는 서태평양의 대표적인 글로벌 레저 도시였다.
한여름 서핑부터 한겨울 스키는 물론이요, 1년 내내 스파도 즐길 수 있는 아시아의 관광 천국이었던 것이다.
일제가 패망하고 남북이 분단되고 한국전쟁을 통하여 원산폭격으로 기반시절이 죄다 붕괴되면서 원산은 반세기가 넘도록 삼엄한 군사 도시로 연명했다.
1945년 일본이 물러난 공백을 북방 세력, 소련이 채웠다. 행정 구역도 재편했다. 1946년 함경남도에서 강원도로 편입시킨 것이다.
강릉과 원주, 강원도의 남쪽으로 진출하는 전초 기지가 되었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복마전이 전개되는 복선이 된 것이다. 결정타는 역시 원산폭격이다.
무차별적인 B-29 폭격으로 20세기초 아메리카풍 국제도시 원산의 흔적은 깨끗하게 지워진다. 시베리아풍 소련의 김 서린 입김이 물씬 미치는
군사도시로 전변한 것이다. 100년 전 그 찬란했던 ‘아시아의 샌프란시스코’의 영화를 영영 잃어버린 것이다.
2. 남북 강원도 그랜드 투어
금강산만큼 주목해야 할 산으로 자강도의 오가산도 꼽을 수 있다.
강원도 인제군의 향로봉이 북과 남의 식물이 만나는 남북 생태계의 접경지대라면, 오가산은 유라시아와 북조선의 생태계,
대륙과 반도의 동물과 식물이 교호하는 곳이다. 세계적인 산악인과 아웃도어 브랜드를 오가산으로 초청해서 산림 엑스포를 열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2022년에 강원도에서는 ‘세계 산림 엑스포’가 예정되어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의 강태선 회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그러고 보면 강원도의 힘 또한 산에서 나온다. 도 면적의 8할이 온통 산이다. 그리고 그 산맥은 북과 남을 가르지 않고 유유하게 흐르고 유려하게 춤춘다.
설악산부터 금강산까지 이어지는 산세가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해도 과장만은 아닐듯하다.
‘강원 세계 산림 엑스포’라고 하니, 남강원도만 홀로 진행할 것도 없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 13년 차, 사람 사이가 아직도 서먹하다며 산부터
이어가는 편이 이로울 것이다.
한반도는 애당초 북조선 인민과 남한 국민, 한민족만 살아가는 터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피엔스 이전부터 수많은 식물과 동물이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살아가야 할 보금자리다.
산길과 강길과 바닷길부터 먼저 잇고, 동무로가 식물과 미물을 다시 연결시키고, 끝끝내는 갈라지고 쪼개졌던 사람들의 응어리진 마음도
차근차근 차차 풀어갈 일이다.
지난 6월 13일 춘천에서 열린 ‘춘천-원산포럼’. 머지않아 원산에서도 열리게 될 ‘춘천-원산포럼’을 기대해본다.
원산에서 열릴 ‘춘천-원산포럼’을 기대하며
원산이 품고 있는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지름길은 남북 뉴딜이다.
원산부터 속초까지 바닷길로, 금강부터 설악까지 산길과 숲길로, 남북 강원도 그랜드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공히 동해로 흘러나가는 설악과 금강이 만나야 백두대간의 허리가 곧추서고, 속초와 원산을 아울러야 구구절절 한반도의 서사도 완성된다.
서핑과 스키와 스파까지 압도적인 액티비티 경험을 제공하고, DMZ를 사이로 분단에 통일이라는 감동적인 (히)스토리까지 제시하면 원산은
20세기 초의 영광을 재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업그레이드이기도 하고 업데이트할 수도 있다.
유라시아 특급 열차와 환태평양 크루즈가 만나는 환상적인 휴양도시로 진화시킬 수도 있다. 대륙과 대양을 잇는 세계 일주 여행 상품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원산은 유라시아와 아메리카가 만나는 지구의 허브이자 허파가 될 수도 있다. 첩첩산중과 망망대해의 융복합으로
세계 최고의 아웃도어 시티, 으뜸 도시로 도약하는 것이다. 원산에서 나서 알프스에서 자란 김정은 위원장이라면 일생의 과업으로 추진해봄 직하다.
머지않아 원산에서도 열리게 될 ‘춘천-원산포럼’에서 지혜를 모아 남북 강원도 그랜드 투어 프로그램을 꼭 완성해 보면 좋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