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무, 사람 등 그릴 수 있는 것이 다 소재”
초보자도 ‘그림의 매력’ 빠질 수 있게 이끌어
“너 좀 그리겠다.”
20세기 최고의 동양화가 의재 허백련 선생에게 가능성을 인정받은 순간을 아직도 꿈인 듯 생시인 듯 기억하는 황용래(76세) 작가. 의재 허백련 선생은 시時· 서書· 화畵를 겸전한 남종문인화의 대가로 호남지방 화단의 정신적 지주다. 한국 특유의 소박하면서도 깨끗함을 세련되고 기백 있게 표현했다. 황 작가는 광주에서 군 복무를 하며 의재 선생과 인연을 맺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려야 행복하고 편안했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그치만 부모님 반대가 심해 그림을 그리면서 살 수는 없었죠. 군 생활을 광주에서 했는데 모시던 장군이 허백련 선생과 친해 제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황 작가의 그림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의재 선생께 군제대 할 때까지 사사했고, 부족한 부분은 스승을 찾아다니며 배웠다. 그림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하지만 그림만 그리면서 살 수는 없어 사업을 했어요. 30대 후반부터 다시 그림을 시작했죠. 하루 일과가 끝나면 밤 12시까지 그림을 그리면서 치열하게 살았죠. 초대작가가 되기까지 25년 이 걸렸어요.”
한때 외식업을 크게 해 30여 명의 직원이 있는 가게를 두 곳이나 운영할 정도였고, 서울 강서지역에서 세금을 제일 많이 냈을 정도로 사업가로도 승승장구했다.
“은퇴를 하면 산과 물이 좋은 곳으로 가서 살고 싶었어요. 2009년 홍천으로 가서 터를 잡았죠. 그러다가 2014년 춘천으로 왔어요. 통영 쪽도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서울에 있는 자식들이 너무 멀리 가는 걸 반대해 춘천으로 타협을 봤죠.”
황 작가의 하루는 산책으로 시작된다. 소양강을 끼고 세월교까지 한 바퀴 걷는 두 시간 반의 산책길에서 자연의 소박함과 경이로움을 눈에 담는다.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면서 온전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좋아하는 그림을 끊임없이 그리니까 작가의 반열에도 오를 수 있었지요. 사람들에게 그림으로 행복을 주고 함께 즐기며 나눌 수 있는 것이 저의 궁극적 목표예요.”
한국화의 전통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에게 알음알음 배움을 청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에게 그림을 배운 어떤 이는 ‘그림의 맛’을 제대로 알았다고 했다. 초보자도 그림의 매력에 빠질 수 있게 이끌어준 덕분이다.
‘새, 나무, 사람 등 그릴 수 있는 것’이 다 소재인 그의 그림에서 춘천의 대표적 풍경인 ‘상고대’도 곧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표현과 소재를 통해 동양화의 미를 화폭에 담고 있는 황 작가의 그림이 많은 사람에게 소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특히 많은 춘천에서 그의 에너지가 어떤 식으로 시너지를 낼지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