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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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2

2020.5
#봄내를 즐기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이웃으로 만나 가족이 된 '한 지붕 다섯 가족'
아이들 초등 3년 때 만나 20년간 인연

함께 살자는 말 나오자 모두 자연스럽게 찬성

다섯 가족 모두 식당서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





‘가까운 친척이 먼 이웃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이웃은 자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생긴 기쁜 일과 슬픈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 가까운 이웃으로 만족하지 않고 아예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일하고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애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부모로 만나기 시작했는데 그 아이들이 올해 31세여요. 벌써 20년 전 일이네요.”

춘천 동면 구봉산 올라가는 잼버리도로를 달리다 보면 ‘한 지붕 다섯 가족’이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한 지붕 아래 다섯 가족이 오순도순 식당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동춘천초등학교 3학년 호영(강수선 · 정해국 부부), 민혁(윤숙영· 박시균 부부), 소희(박정옥 · 지상현 부부), 이윤(강경숙 · 최홍 기 부부), 슬기(김복선 · 김재철 부부) 엄마가 학부모 모임에서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부분 강대 후문에서 가게를 하던 터라 어느 정도 안면이 있어 쉽게 친해졌다고 한다.


“만나면 헤어지기 싫을 정도로 좋았어요. 여자들이 그렇게 붙어 다니고 좋아하니까 자연스레 남편들도 모임에 합류하게 되었죠. 우리 모임에는 서열이 없어요. 나이에 상관없이 아이들 이름으로 ‘OO 엄마, OO 아빠’ 라고 부르니까요.”

함께 여행을 가거나 모임을 할 때 어른들 위주가 아닌 아이들을 먼저 배려한 프로그램을 짠 것도 모임을 지속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아이들이 커 가는 동안 함께 살자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실제로 그렇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대장님(박시균·민혁 아빠)이 함께 살면 밥을 해주겠다며 설득했고, 가부간 결정은 표결에 붙였어요. 한 표라도 반대가 나오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근데 10명 모두 마음속에 한 사람은 반대하겠지라는 생각으로 투표를 했다고 해요.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전원 찬성이 나온 거예요. 모두 놀랬죠.”

이후 땅을 매입하고 건물이 올라가면서 이들의 오랜 바람이 가시화되기 시작했고 2018년 3월에 ‘한 지붕 다섯 가족’이 오픈했다. 사는 집을 정하는 데도 사다리 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명절이나 행사 때 한 번 모이니까 19명이더라구요. 엄청난 대가족이죠. 이렇게 같이 모여 살다 보니 웃을 일이 많고 너무 재밌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결정에 ‘무모하다’며 반대했지만 함께 살고 있는 다섯가족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서로 잘하는 분야가 달라요. 우리 가족끼리만 살았더라면 모르고 살았을 일을 함께하면서 많이 배워요. 이런 공동체적인 삶이 훨씬 좋은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민혁이 엄마 윤숙영 씨가 덧붙인다.


막내지만 분위기를 잘 이끌고 금고 역할을 하는 호영 엄마(강수선 씨)와 너무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슬기 엄마(김복선 씨), 정리정돈을 잘하는 소희 엄마(박정옥 씨), 살림을 엄청 잘하는 민 혁 엄마(윤숙영 씨) 등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하며 함께 기쁨을 찾아가는 이들의 하루는 오늘도 즐겁다.

요즘 가족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혈연을 넘어서 비슷한 생각과 가치관으로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 지붕 다섯 가족이 그 좋은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