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검색 닫기

VOL.348

2020.1
#봄내를 꿈꾸다
백세시대 멋진 골①
미래세대 위해 사는 길범수
‘꼰대’ 아니고요, ‘라떼남’은 더더욱 아니죠

‘꼰대’ 아니고요,  ‘라떼남’은 더더욱 아니죠




2018년 현재 기대수명 83세. 이제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서러워할 시대는 지났다. 너도 늙고 나도 늙은 초고령사회.

젊음을 부러워할 시간이 없다.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살 궁리를 하기에도 우리는 바쁘니까.

100세 시대, 당신의 건강을 기원하며 ‘멋진 골드 1호’ 길범수를 만나보자.






과거 아닌 미래를 얘기하는 남자

‘꼰대’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 환영받지 못할 언행으로 기피당하는 중장년을 비하하는 말이다. ‘라떼남’이라는 말도 있다. “나 때는 말이야”라고 운을 떼며 과거 자신의 치적을 들먹거리는 나이든 남자를 말한다. 사람들은 꼰대나 라떼남을 싫어한다. 싫어하니 안 만나주고 안 만나주니 외롭다. 외로우니까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 또다시 “나 때는 말이야”가 반복된다. 악순환이다.


그런데 ‘나 때는 말이야’가 아니라 ‘우리 손자 손녀가 살 세상은 말이야’ 하며 미래를 얘기하는 골드가 있다.

길범수. 만 64세.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 후 더 맑고 건강한 세상을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남자. 항상 웃고 다녀 뭐가 그리 행복한지 묻고 싶은 남자.


“김유정역 근처에 실레책방이라고 있어요. 거기서 내일 4시에 만나요.”

멋진 골드를 수소문해서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책방으로 오라고 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지만 그는 없었다. 10분 정도 지나자 저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한 남자가 달려온다.

“미안해요. 자전거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다녀왔는데 시간이 이렇게 많이 걸릴지 몰랐어.”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차를 타지 않는 시민모임에 참석 중이라고 했다. 두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차를 타지 않는 것이 미션인데 일주일에 두 번 차 없이 살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시청에서 미세먼지 관리를 위한 시민참여단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실천의 일환이라고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좋은 만남

어떻게 그 모임에 가게 되었냐고 했더니 금병초등학교 협동조합에 지역조합원으로 가입을 해서 학생들을 위해 여러 일들을 하 는데 같이 활동하는 조합원의 권유로 함께 하게 되었다고 한다.


“금병초등학교 협동조합은 어떻게 함께 하게 되셨나요?”물어보니 김유정문학촌 문화해설사 활동을 하면서 만난 해설사 동기의 권유로 가입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좋은 만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 이유는 너무나 사랑하는 손녀들 때문이라고 했다.

“금병산에 저수지가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저수지가 얼어서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스케이트를 탔어요. 요즘도 겨울이면 친구들과 스케이트를 타는데 빙질이 예전 같지 않아요. 빙질은 수질이거든요. 그만큼 물이 오염되었다는 거죠. 저기 구름 좀 보세요. 먹구름도 아닌데 저렇게 시커먼 구름이 요즘 이 마을에 자주 보여요. 옛날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환경오염이 심해지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뭐라도 하는 겁니다. 후손들이 살아야 할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그와의 인터뷰는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처음에는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해서 설득을 위한 만남. 두 번째는 본 인터뷰였다. 인터뷰 내내 그가 한 말은 “재밌다, 재밌어”였다. 실제 그의 표정은 어린아이처럼 신나 보였고 뭐가 그리 좋은지 내내 웃고 있었다.


의욕 없어지는 게 제일 두려워

“나이 들면 두려운 게 많아지죠. 제일 두려운 건 뭔가요?”

가난, 질병, 외로움 그런 단어들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오래 사는 게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는 이유들이니까.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의욕이 없어지는 거요.”

“네?”

“언젠가 의사가 무릎이 안 좋으니 자전거도 타지 마라, 등산도 하지마라 하면 사는 의욕이 없어질 것 같아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마음 근육을 키우는 데는 책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책방을 자주 드나듭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로 삶에 의욕이 없어지는 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행복할 때는 언제예요?”라는 질문에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노을 지는 거 바라볼 때요. 그리고 동트는 거 볼 때요.”


살아있다는 것은 이렇게 위대하게 행복하다. 뭐가 바빠서 노을도 못 보고 동트는 것도 못 보고 살았는지 내일은 꼭 하늘을 보리라 다짐하며 노을처럼 멋진 ‘골드 1호’와의 데이트를 끝냈다.









* 2020년 새해부터 <100세 시대 멋진 골드> 인터뷰 기사를 연재합니다.

100세 시대, 나이듦을 두려워하기보다 당당한 주역으로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열혈노년을 소개합니다.

노인, 어르신, 실버, 시니어 등 많은 단어들이 있지만

아름다운 황혼을 보내자는 의미에서 ‘골드’라는 단어를 선택하였습니다.

100세 시대, 멋진 골드를 소개해주세요. 



봄내편집실 250-4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