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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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6

2021.7
#봄내를 꿈꾸다
2030 춘천일기
나의 개 친구 호두와 함께하는 춘천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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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 @with.hodu

 

춘천에 적을 두고 산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이제 누가 춘천의 어딘가를 ‘거기 어디’라고 대충 설명해도 ‘거기가 어딘지’ 대부분 아는 정도가 되었다.

한동안 자전거도 탔었고 운전하는 것을 좋아해서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춘천의 산을 걸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나의 산행에 벌써 5년 가까이 걸음을 함께하는 친구가 있으니 바로 나의 반려견 호두다.

호두는 3개월 무렵 어느 가정에서 입양하여 5살이 다 되어 가는데 시각 장애인 안내견으로 많이 알려진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다.

 

호두와 함께 즐기는 산의 맛


호두와 나의 시작

처음 호두를 데려왔을 때 바다가 집 앞인 한적한 곳에 살고 있었다.

덕분에 호두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해변을 산책하고 수영을 하며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었다.

당시 쉬는 날이면 부모님이 계시는 춘천에 오곤 했는데 그때 우리 집은 아파트였고

춘천에는 지금보다 반려견, 특히 대형견과 편하게 함께할 수 있는 장소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호두를 만나기 전부터 종종 다니던 등산을 호두와 함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것이 호두와 함께하는 백패킹으로 이어져 지난 몇 년간 호두와 나는 우리나라 최북단인 고성부터 최남단 제주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호두와 내가 사랑하는 춘천의 길, 실레길

춘천에서 호두와 함께 가기 가장 좋은 곳은 뭐니 뭐니 해도 ‘실레길’이 아닐까 싶다.

산의 정상에 오르는 길은 아니지만 거리도 적당하고 길도 험하지 않아

호두의 다리에도 무리가 적게 가고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반 정도면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는 순환형 코스여서 적당한 운동이 가능하다.

또 등산로보다 길이 넓어서 다른 산객들을 만나도 여유가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대부분의 구간이 휴식년제로 출입이 제한돼 있다.


일몰 뷰가 아름다운 춘천의 최고봉, 대룡산

춘천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산은 대룡산이다.

왜냐하면 대룡산은 춘천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형적인 육산으로 산세가 험하지 않고 등산로도 여러 코스가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둘러볼 수 있다.

정상석과 덱이 있는 정상도 좋지만, 정상에서 조금 내려온 곳에 있는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의 일몰 뷰가 일품이다.


올무 때문에 끔찍한 기억이 있는 마적산

춘천에서 호두와 가 본 중에 굳이 안 좋은 곳을 꼽자면 마적산을 들 수 있겠다.

나와 호두가 마적산에 간 것은 겨울이었는데, 그때 호두가 등산로에서 살짝 벗어나 경사진 언덕을 내려가다가 올무에 걸린 적이 있었다.

호두는 그때 내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울음소리로 나를 불렀는데

다행히 올무에 목과 다리가 함께 걸려 올무가 목을 조이지 않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손이 떨리는 끔찍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뒤로 마적산에 가지 않는다.

 

개 친구들과 함께한 몽가북계 종주

춘천에서 가장 길게 걸은 산행은 일명 ‘몽가북계’라고 부르는 몽덕산, 가덕산, 북배산, 계관산 종주다.

이때는 호두와 아웃도어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다른 개 친구들과 함께 걸었는데 하루를 걸려 약 17km를 완주했다.

춘천의 북서부 경계를 직접 우리 발로 걸으며 둘러보고 춘천 환종주 구간 일부를 무사히 완주했다는 것이 의미 있는 산행이었다.

 (좌)지난 봄, 물새길 하이킹 후 구 백양리역에서 아기도 함께.
아직은 세상에서 약자인 이 둘이 행복한 도시라면 춘천은 괜찮은 도시다.
(우)지난 겨울 아기와 호두와 함께했던 겨울 등반


약자가 행복한 도시라면 괜찮은 도시가 아닐까?

 몸집만 보고 ‘입마개를 왜 안 하냐’, ‘이런 개를 왜 데리고 다니냐’는 둥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거침없이 무례하게 구는 개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과 마주하는 것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는 일도 아니고, 매번 대꾸하고 싶은 이야기도 아니다.
 힘의 원리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그래도 사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며 우리가 웃을 수 있는 건 사실, 나의 가장 곁에 있는 존재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곁에 있는 존재도 행복할 때 그렇다.

내가 호두와 함께 산에 가기 시작한 것도 호두와 좀 더 편하게 세상 구경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듯이.

지금 나의 곁에는 호두, 그리고 아기도 있다. 아직은 세상에서 약자인 이 둘이 행복한 도시라면 춘천은 괜찮은 도시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러하고 어느 정도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그렇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기대해 본다.

 



이다영은? 다른 지역 사람들을 만나면 살기 좋은 춘천을 자랑하는 10여년 차 춘천사람입니다.
호두와 오래도록 건강하게 자연을 누비는 탐험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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