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립도서관 ‘장편소설 완독 세미나’
완독 통해 책읽는 즐거움 전파 중
토지·태백산맥·혼불까지 3종 끝내
올해 박완서 작가 작품 도전
“마주치고 살기에는 너무 괴로워… 짊어지고 가기에는 너무 무거워… 용서하고 덮기에는 너무 아파서.. 이제.. 부디… 그대가 살아서, 나를 용서해주오.
어디에… 어디에 있소… 효원은 등을 구부리고 기도하듯 강실이를 부른다.”
최명희 작가의 ‘혼불’ 10권 읽기의 마지막 시간. 10여명 남짓의 사람들의 표정에는 열권을 완독했다는 자부심과 미완으로 끝난 ‘혼불’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온다.
모든 일이 그러하진 않겠지만 함께 했을 때 시너지를 내는 일이 있다. 운동이나 공부. 개인적으로 장편읽기를 추가하고 싶다.
춘천시립도서관에서는 2018년 하반기부터 장편읽기에 도전하려는 사람을 모았다. 장편소설 완독을 통해 책읽기의 즐거움을 나누고 독서문화를 만들어 나가려는 의도였다. 첫 도전 소설은 박경리 작가의 ‘토지’.
“일을 그만두고 잠깐 쉴 때 딸아이가 도서관에서 ‘토지’ 읽기를 한다고 신청해줬어요. 끈기도 없고, 읽다 못 읽겠다 싶음 책을 다시 중고로 팔겠다 다짐(?)하고 나갔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은 거예요. 교수님과 책 읽기는 처음이라 뭔가 지적하고 바로 잡아주고 그런 줄 알았는데 자유롭게 토의하고 발표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정말 좋았어요. 또 ‘토지’ 때는 원주로 답사를 다녀왔죠. 책을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죠. 거기에 함께 책 읽는 사람들이 참 좋았어요.”
1기 ‘토지’ 때부터 2기 ‘태백산맥’, 3기 ‘혼불’까지 내리 개근을 한 이상화(후평3동)씨가 장편소설을 읽을 수 있었던 동력을 쉴 새 없이 꺼내 놓는다.
‘장편소설 완독 세미나’는 올 3월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매주 목요일 멀리 인천에서 달려와 함께 소설을 읽으며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 않게 북극성 역할을 해온 이태희 교수(인천대학교)의 역할도 크다.
‘장편소설 완독 세미나’는 소설만 읽지 않는다. 작가나 작품을 온전히 알 수 있게 문학기행을 하고, 소설과 관련된 연구자의 특강도 들을 수 있다. 내년 장편읽기는 소설이 아닌 작가를 읽을 예정이다. 생전에 많은 작품을 써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 목표다.
“1기 때부터 꾸준히 참여해온 분들의 만족도도 높고, ‘장편소설 읽기’반의 분위기도 참 좋아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서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미나의 특성상 지금처럼 소규모로 진행해서 집중도를 높이려고 해요.”
장편읽기반을 맡고 있는 김태실(시립도서관) 주무관의 내년 계획이다.
책, 독자, 리더. 삼박자를 고루 갖춘 듯하다.
2017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춘천시립도서관이 지금의 석사동으로 옮긴 후 가끔 도서관에 들르면 굉장히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 장편소설은 못 읽더라도 가까운 도서관에 들러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내년 박완서를 좀 더 깊게 만나게 될 사람들은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