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마다 문화탐방·연극 연습… 10월 중 공연 예정
연극 연습실에 모인 60~70대 참여자들. 사진 촬영을 위해 잠깐 마스크를 벗었다. 맨 오른쪽이 김현순 대표.
‘나를 찾아 떠나는 전설여행’이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예술에 대한 몰입을 통해 경험하는 체험교육’을 목표로 운영 중인 이 프로그램은 강원문화재단에서 사업비 전액을 지원하는 문화예술교육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 프로그램은 춘천시민 가운데 문화와 연극, 공연에 관심이 높은 60세 이상 참여자들을 선정해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동 안 매주 토요일 4시간 연극 연습과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즐기며 하나의 작품을 선정해 직접 무대에 올려 공연하는 것이다.
8월 현재 60~70대 남녀 16명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기획자 김현순 대표(54)는 “어르신들이 공연할 연극은 청평사에 얽힌 ‘공주와 상사뱀 전설’을 소재로 삼은 사랑이야기”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참여 자격을 ‘60세 이상’으로 제한, 참여자들이 연극공연을 해야 한다는 점 등이 눈길을 끈다.
“춘천이 생각보다 어르신들 비중이 높은 도시예요. 그만큼 은퇴해서 살기 좋은 곳이라는 말이겠죠? 나이를 떠나 왕성한 활동을 하는 분들도 무척 많고 문화적 욕구 또한 강렬하다는 점에 착안해 고령층을 대상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그동안 참여자들과 함께 서울 대학로를 찾아 연극 분야 퓰리처상 수상작인 ‘우리 읍내’라는 연극을 관람했고, 장차 공연할 작품의 배경인 청평사를 탐방하기도 했다. 당초 모집 예정 인원은 연극과 함께 보여줄 그림자 인형극을 위한 배역 등을 감안해 20명 정도로 예상했지만 현재 활동 중인 참여자는 16명이다.
“3~4분 정도 더 참여해 주시면 딱 좋겠어요. 연극을 좋아하거나 직접 공연해 보고 싶은 어르신은 동참해 주셨으면 해요. 매끄럽게 공연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표현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을 지향하기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올해 처음 시작한 일이지만 60~70대 후반에 걸친 참여자들의 관심과 호응도는 아주 높은 편이다. 자신이 맡은 배역의 대본을 줄줄 외우는 것은 물론이고 어색한 대사를 수정하자고 요구하기도 한다. 연습시간은 매주 토요일이지만, 주중에도 삼삼오오 모여 연습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지금까지는 관객으로 연극을 관람하는 문화수요자 처지였다면, 이번에는 배우가 되어 무대에서 공연하는 문화공급자 체험을 하게 되는 셈이죠. 연극공연을 통해 자신도 미처 몰랐던 감춰진 모습을 찾아보자는, 일종의 ‘자아의 재발견’을 돕는 프로그램이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횡성 출신인 김 대표는 강원대 가정교육과를 거쳐 서울예전 문예창작학과, 방통대 국문과, 서울문화예술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서 공부하는 등 그동안 문화예술창작 분야에서 매진해 왔다. 동시작가이자 인형극 대본 각색자, 문화기획자로 일하는 한편, 1991년부터 춘천무지개인형극단을 30년째 운영 중이다.
“연인과 함께 청평사를 찾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게 공주와 상사뱀 전설에서 비롯된 것인데, 상사뱀이 벼락을 맞아 마침내 해탈했다는 청평사 회전문처럼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의 삶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