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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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7

2020.10
#봄내를 꿈꾸다
봄내골 이런 가게 10
자유빵집
“자유가 아니면 빵을 달라” 


후평동 동광오거리 뒷골목. 자유를 상징하는 파란색 차양막 위에 작은 글씨로 ‘자유빵집’이라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곳은 앙버터가 유명해 서울 등 타지에서도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6시까지 영업을 하지만, 오후 3~4시가 되면 빵이 다 팔리는 날도 자주 있다.



프랑스 전통 방식으로 만든 빵

자유빵집은 2017년 12월 25일 문을 열었다. 이춘호 대표(53)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요리학교 르꼬르동 블루에서 베이킹을 배웠다. 그는 37세까지 서울에서 원단 디자인 회사를 운영 했다. 프랑스 출장 중 자주 접했던 크로아상 등 프랑스 디저트가 그를 뜻밖의 길로 이끌었다.

베이킹 과정 1년을 끝내고 3개월간 수습으로 일한 뒤 취업했다. 5년간 프랑스 빵을 배우고 만들었다. 이후 홍콩으로 이주, 호텔에서 일하려고 했지만 40대라는 나이가 장벽이 됐다. 프랑스 디저트 레시피를 개발해 제공하는 프리랜서 등으로 일하다가 2014년 귀국했다.



빵과의 인연이 춘천 정착 이끌어

 귀국 후 개인사와 집안일 등 힘든 시기를 겪었다. 위로가 필요했다. 바람 쐴 겸 춘천에 놀러 왔다. 춘천 팔리미 부근을 지나는데 이상한 경험을 했다. 처음 보는 곳인데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6개월만 살아보자’라고 생각하고 세를 얻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세를 얻은 곳이 카페 2층이었다. 1층 커피숍 사장님과 친해지면서 소일거리로 빵을 같이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반응이 좋았다. 빵을 맛본 손님들 모두 행복해했다. 이 대표도 위안을 얻으며 행복해졌다. 춘천이 준 선물 같았다. 춘천은 또 다른 선물도 줬다. 한림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카페 드 파리’라는 프랑스 디저트를 가르치는 제과제빵수업이 생겼고, 강의를 맡았다. 2016년이었다.


동네 사람들과 소통할 목적으로 빵집 열어

춘천에 정착했다. 동네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조그만 아틀리에를 열고 싶었다. 오래된 동네에 나무로 된 집을 찾아다녔다. 이 동네 저 동네를 뒤지다가 동광마을을 알게 됐다. 2017년 봄이었다. 장미가 엄청 피어있고, 담쟁이 넝쿨도 멋져 보였다.

다행히 창고로 쓰던 건물이 비어 있었다. 개조에 들어갔다. 창고 자리에 주방을 만들었다. 동네 사람들이 궁금했는지 하나둘 모여들었다. 개업하던 날, 빵집 앞에 손님이 길게 늘어섰다. 1시간 만에 빵이 다 팔렸다. 기다리던 손님들에게 미안해 바로 직원을 더 구하고, 빵도 많이 만들기 시작했다.

좋은 재료는 기본이다. 프랑스 학교에서 배웠던 대로, 어떤 화학 첨가물 없이 천연 재료 위주로 빵을 만든다. 노인과 아이들이 먹어도 소화가 잘될 수 있도록 천연 발효종 르방을 사용하고, 탕종법으로 빵을 만든다. 요즘 평일은 15종 정도, 주말엔 케이크 등 20여 종을 만든다. 강의를 나가는 화요일은 문을 닫는다.



“맛있는 걸 먹으면 행복하고 자유롭죠”

‘자유빵집’이라니, 빵과 자유가 어울리는 말일까. 이 대표에게 이름에 대해 물었다. “처음엔 좀 어색하다 싶었는데,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이죠. 자유라는 말이 기본적으로 좋은 말이잖아요. 맛있는 걸 먹을 때 즐거움, 행복함을 느끼죠.

저는 더 나아가 해방된 느낌, 자유로운 느낌을 받아요. 춘천에 처음 와서 빵을 만들 때, 예전에 받은 상처가 깎여 나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를 느낀 거죠. 그래서 빵집 이름을 그렇게 지었어요.”


이춘호 대표(앞줄 가운데)와 직원들이 자유빵집 앞에서포즈를 취하고 있다.(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


소방서·마리아의 집에 간식 제공

자유빵집은 소방서와 마리아의 집에 빵을 간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어느 날 TV에서 소방관의 하루가 나오는데, 간식으로 컵라면을 먹다가 긴급 출동하는 모습을 봤어요. 남아있는 컵라면 그릇을 보는데, 마음이 아팠어요.

짧은 시간이라도 맛있는 걸 드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소방서에 전화를 했어요. 간식을 제공하고 싶다고. 그래서 시작됐어요. 자주 전해 드리고 싶은데, 쉽지 않아요. 한 달에 1~2번씩 제공해요. 그리고 우리 직원이 미혼모가 살고 있는 마리아의 집에도 보내주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파란색 페인트칠이 예쁜 빵집이다. 빵은 더 맛있고, 일하는 사람들은 더 멋진 곳이다.




주소 만천로 199번길 28
연락처 
911-9871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6시(매주 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