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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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7

2020.10
#봄내를 즐기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농악, 건강한 공동체를 향한 치유와 회복의 민속문화”
춘천뒤뚜루농악보존회, 무형문화재 지정 위해 26년간 노력

농악 참뜻은 협력·화합·조화·자기희생 통한 대동세상 실현




농악을 여름 모내기철이나 가을 추수 때 펼쳐지는 마을 공동체의 흥겨운 ‘풍물놀이’쯤으로 이해한다면, 21세기 농악이 설자리는 사실상 미미하다. 두레와 품앗이로 이뤄지던 전통농법 대신 이앙기가 모내기를 하고 콤바인이 수확에서 탈곡까지 끝내는 기계화 농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천 년 농경민족의 유전자(DNA) 때문일까. 꽹과리 소리 요란하고 장구와 북, 징소리 뒤섞인 풍물패의 농악 가락은 여전히 정겨운 울림으로 우리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춘천에만 대략 9개 농악단체가 있어요. 우두농악보존회, 정통우두농악, 춘주농악, 사암리농악보존회, 후평뒤뚜루농악, 맥국터농악보존회, 춘천농악보존회, 신북농악 등 8곳과 저희들이 운영하는 춘천뒤뚜루농악보존회가 그것입니다.”

춘천뒤뚜루농악보존회 김창수 회장(69)은 “각각의 농악이 독자적으로 발전했기에 의상이나 연주, 놀이 방식도 서로 다르다” 고 말한다. 현재 회원 30여 명이 활동 중인 춘천뒤뚜루농악보존회는 봉의산 뒤쪽 후평동 지역에서 태동한 풍물놀이를 복원·보존·계승하는 단체다.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9년 경춘철도 개통 당시 춘천역에서 펼쳐졌던 농악경연대회 우승팀인 고古 고옥봉 상쇠의 공연 내용에 뿌리와 기반을 두고 있다. 뒤뚜루라는 명칭은 후평의 옛이름 ‘뒷 두루’에서 비롯한다.

“농악은 단순한 풍물공연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모내기와 추수철은 물론 단오와 추석, 정월대보름, 기우제 등등 마을에 큰 일이 있거나 천지신명께 기원을 올릴 때마다 등장했던 민속예술 이자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유산입니다.”

실제로 진주·삼천포농악, 평택농악, 이리농악, 강릉농악 등 7개 농악은 오래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해당 지역의 관광문화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강원도에도 평창둔전평농악, 원주매지농악, 동해망상농악이 강원도무형문화재 1, 2, 3호로 지정돼 있다.

1994년 결성돼 올해로 26년째를 맞는 춘천뒤뚜루농악보존회가 그동안 공연 활동과 함께 춘천농악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남다른 열정을 쏟아 온 이유는 뭘까.

“일종의 진법陳法이자 군사농악 특징이 뚜렷한 춘천뒤뚜루농악을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4호로 만들어내자는 것이 우리 단체의 1차 목표입니다. 춘천농악의 전통을 보존·계승하고 동시에 문화관광 콘텐츠의 하나로 새롭게 하는 것은 여러모로 뜻깊은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상쇠(꽹과리 연주자)를 맡고 있는 한춘녀 농악단장(63)은 “2007년 어린아이들에게 우리 음악을 소개하고자 농악을 공부하다가 아예 풍물패가 됐다”며 웃는다.

(사)한국국악협회 강원도지회장이자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틈날 때마다 춘천지역 농악인들을 만나 수집한 공연기법과 역사 등을 집대성한 ‘춘천향토농악자료집’ 1, 2권을 발간했고, 뒤뚜루농악 관련 학술대회도 2회 열었다.

또 춘천뒤뚜루농악의 출발점인 고옥봉 상쇠로부터 12가지 놀이를 전수받은 강갑수 상쇠를 수소문 끝에 찾아내 정월대보름달 맞이굿 횃불놀이, 술령수 싸움놀이, 춘천 고유의 고사반 등 7가지 공연을 동영상 채록과 고증을 거쳐 되살려내기도 했다.

“농악이 추구하는 본질은 협력·화합·조화·자기희생을 통한 ‘함께 하는 삶’ 대동大同 세상의 실현입니다. 스마트 기기·비대면·은둔형 문화 등으로 세상은 갈수록 삭막해져 가고 있잖아요? 농악을 통해 우리 공동체가 더욱 따뜻하고 흥겨워지고 아름다운 우리 문화예술의 전통도 면면히 이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