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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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7

2020.10
#봄내를 즐기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정성과 기다림으로 빚어낸 막걸리 한 잔, 캬~
어머니가 빚던 술맛 그리워 직접 개발한 김용희 씨

“술 익어 가는 소리 들을 때 인생 깊이 알게 돼”


김용희 씨가 음식점에서 전을 부치고 있다.



“막걸리는 인생과 비슷한 거 같습니다. 최상의 맛을 찾아내기 위한 과정도 그렇고 오랜 기다림의 발효 시간도 그렇고, 멈추지 않는 노력과 정성도 그렇지요.”

막걸리 마니아뿐 아니라 막걸리를 아예 안 마시거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입맛까지 한꺼번에 사로잡은 맛깔나는 막걸리를 만드는 주인공을 찾았다.

후평1동 한적한 골목 귀퉁이 한쪽에서 막걸리 공장을 운영하며 갓 빚어낸 막걸리를 직접 판매하는 김용희 씨(69).


막걸리 공장이자 음식점에 들어서자 황토색으로 물들인 벽면과 함께 사방에는 오래된 술병과 장식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막걸리 가게에 있는 모든 소품은 손님들이 이곳과 어울릴 거라며 직접 하나둘 갖다주신 거라고 했다.

김용희 씨는 직장생활을 할 때 사람들과 부딪치며 힘들 때마다 예전에 어머니께서 손수 빚으신 막걸리가 생각나 잘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막걸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어머니께서 알려주셨던 비법을 가지고 막걸리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맛을 보여줬지만 주변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했다.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막걸리를 만들었지만 실패하자 그는 다른 일은 하나도 안 하고 오로지 밤낮으로 막걸리 맛을 내기 위해 전념했고

1년이 지난 후 어느 정도 맛을 인정받아 막걸리를 만들어 여러 곳에 납품했다.

반품되기 일쑤였고 대기업에는 입점조차 어려워 결국 사업 시작 후 2년을 못 넘기고 막걸리 사업을 접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던 몇 년 후 아내와 함께 지금 이 자리에서 직접 빚은 막걸리와 함께 안주를 판매하는 음식점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가게를 오픈할 때만 해도 자신은 막걸리를 만들고 아내가 안주를 만들어 가게를 운영하기로 했는데,

영업 후 6개월이 지나면서 손님이 많아져 오셨던 손님 한 분이 ‘바쁜데 사장님도 주방에서 일을 좀 거드시라’고 하는 바람에

아내가 전 부치는 방법을 알려줬고, 지금은 남편의 전 솜씨가 아내보다 낫다고 한다.


남편이 지금에 오기까지 온갖 마음고생을 도맡아 해 온 그의 아내 전선옥 씨는

“친구들과 모처럼 삼삼오오 모여 외식을 하러 가면 금액에 비해 푸짐하게 맘껏 먹어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는 적은 비용으로 양껏 드시게 하기 위해 다른 가게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두툼하게 만들어 손님상에 내놓는다”고 했다.

10여 년이 넘어도 변치 않는 마음으로 막걸리와 안주를 만들어 손님상에 내놓는 김용희·전선옥 부부는 “우리 가게를 찾아오는 모든 분들에게

내 부모 내 친구 내 자식들에게 내놓는 밥상을 차리는 마음으로 음식을 내놓기에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것 같다”고 수줍은 듯 웃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