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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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6

2021.7
#봄내를 품다
허준구의 춘천 100경⑦
춘천이궁 문소각
나라 명운 지켜낸 최고의 길지

우리 춘천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춘천 사랑이 커다란 사람일 것이다.

조금 사랑하면 주저할 것이고,

많이 사랑한다면 이 질문에 즉답할 수 있으리라.




풍수로 본 춘천 


 풍수의 관점에서 보면 춘천은 음인 산맥이 백두산에서부터 천 리를 넘게 온갖 변화를 하면서 용이 꿈틀거리며 내려왔고,

양인 강물-소양강과 북한강(장양강, 자양강)이 천 리 밖에서 흘러나와 공지천 물과 합해져서 신연강을 이룬다.

대룡산 금병산 삼악산 화악산 용화산 청평산 등으로 둘러싸여 있고,

소양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며 춘천을 휘어 감아주어서 산과 물이 완벽하게 합해지는 음양교합陰陽交合을 이루고 있다.

이 음양교합의 중심에 봉의산과 봉추대(고산) 봉황대가 소양강과 자양강을 끼고서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명당을 이루고 있다.

 

 

조선 선비가 본 춘천과 춘천이궁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춘천은 평양과 함께 수계水系의 으뜸’이라고 하였고,

조선 숙종대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은 자신의 문집 ‘성호사설’에서 이옥李沃의 말을 인용하여

춘천이 당시 조선의 명운을 지켜낼 만한 ‘국가보장지國家保障地임을 세상에 공표했다.

 “지금 비유하자면 서울은 낙양洛陽과 같고 관동關東(강원도-필자 주)은 관중關中과 같고 춘천은 관중의 장안長安(당나라 수도-필자 주)과 같다.

중첩한 산이 사방에 둘러싸여 옹호하였고 두 강물이 후면에서 합류되었고 가운데에는 비옥한 들판이 열려서 주위가 수백 리에 달한다.

삼면을 막고 지키면(있어) 한 사람이 관문을 막고 있으면 만 명도 뚫고 나가지 못할 것이니, 정말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유리한 지리적 조건이다.”

 조선 후기 고종은 춘천이 어떠한 전란에도 버텨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고

강과 산이 조화를 이루는 사람 살기에 이상적인 곳이라 생각하여 춘천이궁 건립을 지시했다.

이궁이 설치된 봉의산은 춘천을 대표하는 진산일 뿐 아니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뜻까지 담고 있어, 강원도청이 들어서기에 아주 적절한 자리였다.

여기에 춘천이궁이 완공되자 춘천은 1890년 지금의 광역시 개념인 유수부로 승격했고,

1896년 강원도 관찰사가 파견되는 관찰부로 격상되어 명실상부한 강원도 제일 도시로 자리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1917년 강원도청 부근에 자리한 춘천이궁의 모습, 조양루, 위봉문, 문소각이 보인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춘천 길지 중의 길지 봉의산 문소각


 춘천이궁에서 핵심이며 중추가 되는 건물은 문소각聞韶閣이다.

문소각은 춘천 부사 엄황이 1648년에 지은 객사로 순임금의 ‘소韶’ 음악을 ‘듣는聞’ ‘집閣’이란 뜻이고,

1869년에 24칸의 규모로 확대되고 바깥문과 안쪽 문인 조양루와 위봉문이 지어지며 이궁의 모습을 갖추었다.

엄황이 문소각을 짓자 이민구는 기문을 지어 ‘문소각에서는 봉의산과 소양강·장양강을 모두 감상할 수 있고,

이는 천지의 비밀과 산천이 간직한 모양 모두를 드러냈다’라고 하여,

춘천을 두르고 감싸는 산천을 모두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조망처가 문소각임을 말하였다.



(좌) 도청 근처 공영빌딩 앞에 위치한 위봉문의 모습. 2013년 본래의 자리인 현 강원도청 자리로 옮겨왔다. (1980년대 사진) 
(우) 1938년 우두산으로 옮겨진 춘천이궁 바깥문인 조양루의 모습 (연제철 제공)


문소각 복원으로 춘천의 위상을


 문소각은 춘천을 가장 춘천답게 상징하는 ‘랜드마크’이며, 춘천의 길지 가운데 최고의 길지에 자리한 춘천의 눈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문소각을 지키던 조양루와 위봉문만이 지난날의 춘천이궁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게끔 강원도청 측면에 외롭게 서 있다.

 춘천이 평화를 사랑하는 도시임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건물이 춘천이궁의 중심 건물이었던 문소각이다.

문소각은 1940년 화재로 소실되기 이전까지 강원도청의 중추적인 건물로 자리했으며,

춘천의 정체성이 배어 있는 건물로서 춘천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문소각이 복원되는 날이 하루빨리 와서 제 모습을 갖춘 춘천의 모습을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