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0일 상설 소극장 ‘연극바보들’이 문을 열었다.
그전까지 춘천에서는 ‘오늘 연극 한 편 볼까’ 란 말은 통하지 않았다.
춘천에서 연극을 보려면, 연극 축제나 기획공연 등 예정된 공연을 찾아 기다리거나 서울 등 다른 지역을 가야 했기 때문이다.
연극바보들이 개관하면서 춘천에서도 언제든 편안하게 연극을 볼 수 있게 됐다.
도내 최초 상설 소극장
연극바보들은 청소년 극단을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무하(이하 무하)가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무대 제작비와 배우 출 연료 등 공연 콘텐츠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텀블벅에서 크라 우드 펀딩을 받기도 했다.
공사 비용 가운데 일부인 1,000만원을 목표로 펀딩을 시작했는데 춘천시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지원 발길이 이어져 목표액을 넘어섰다.
연극바보들 좌석을 보면 이름표가 하나씩 붙어 있는데, 일정 금액 이상을 후원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이름표를 달아두었다.
연극을 좋아하고 공부했지만 춘천에 무대가 없어서 서울이나 다른 곳으로 떠나야 했던 지역의 배우들에게 든든한 무대가 생긴 것이다.
관객 사로잡은 ‘뷰티풀 라이프’
연극바보들은 개관 이후 지금까지 ‘뷰티풀 라이프’를 공연하고 있다.
연극 ‘뷰티풀 라이프’는 서울 대학로의 여러 연극 가운데 평점 1위에 올랐던 작품이다.
좋은 공연에 대한 입소문은 몹시 빨랐다. 개관하고 넉 달 만에 1만여 명이 소극장을 찾았다. 7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극장이 거의 매일 만원 사례였다.
단체 관람객 예약이 많을 경우, 의자를 좀 더 촘촘하게 배치해 80명까지 앉았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뷰티풀 라이프’는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노년의 춘식과 순옥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청년 시절부터 노년시절까지의 삶을 보여준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애 감정을 키우던 모습이나 추억의 공중전화, 익숙한 포장마차 등은
누군가의 추억을 일깨우기도 하고 알콩달콩 연애하는 모습은 커플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9월 25일 오랜 침묵 끝에 재개관한 연극바보들에는 연극을 보기 위해 10여 명의 관객이 모였다.
추석 연휴 기간 관객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면, 연극바보 들은 곧 예전의 명성을 찾을 듯하다.
금의환향 기다리는 ‘브릴리언트’
연극 ‘뷰티풀 라이프’는 서울 대학로 무대에서 검증된 작품이지만, 라이선스를 사와야 하는 공연이다.
무하는 온전한 연극 바보들을 위한 작품 ‘브릴리언트’를 제작, 내년 3월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무하 장혁우 대표와 춘천에서 활동하는 음반 기획사 비더칸 레코즈가 협업해 만든 작품으로, 청춘의 좌절과 극복 과정을 담았다.
지난 9월 서울 대학로에서 전 회차가 매진되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베이비복스 출신 간미연과 그의 남편 황바울 배우가 출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서울에서 만든 작품을 가져오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이번에는 춘천에서 제작된 작품이 서울에서 검증을 받은 뒤 고향 땅인 춘천으로 금의환향하는 것이다.
지역 연극인의 목표가 되기를…
서울에서 연극 ‘뷰티풀 라이프’ 오디션을 하면 200명 이상이 모인다. 춘천에서는 10분의 1 정도인 20여 명만이 참가했다.
지금 연극바보들에서 공연하는 배우들은 서울 출신이지만, 공연을 위해 춘천으로 이주했다.
지난해 오디션을 했을 때는 강원도 출신 배우가 한 명도 없었지만, 올해 오디션에는 3명의 강원도 출신 배우가 참여했다.
장혁우 무하 대표는 “춘천이나 강원도 출신의 배우라고 실력이 안 되는데 선발할 수는 없다.
올해는 모두 탈락했지만, 곧 춘천 출신 배우가 무대가 서기를 바란다.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이곳이 목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