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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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8

2020.11
#봄내를 꿈꾸다
백세시대 멋진 골드 11
바람소리 중창단 조주현 씨
젊어서는 국영수, 나이 들어서는 예체능

예전 같으면 분명 노인, 어르신 소리 들을 나이 66세.
지금은 누구라도 ‘한창 좋을 때지’라고 고개를 끄덕일 나이다.
이번 달 백세시대 멋진 골드의 주인공은 정년 퇴임한 지 4년이 지났는데 갓 사회에 나온 청년처럼 풋풋한 조주현 씨다.



퇴직 후 청바지를 사다



속초고, 사대부고, 춘천고에서 고3 담임만 내리 8년 한 것을 포함해서 교단생활 13년, 교육청 장학사·장학관 생활 13년,

교감·교장 생활 11년 총 37년을 교육자로 지내다 은퇴한지 4년. 경력만 보면 ‘범생이’ 중의 ‘범생이’인 조주현 씨.

“재밌는 얘기해 드릴까요? 제가 퇴직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뭔 줄 아세요? 청바지를 세 벌 산 일이에요.

주로 인문고와 교육청에 있었기 때문에 늘 점잖게 지냈죠. 퇴직한 순간부터는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싶었어요.”

청바지 세 벌을 사서 터키로 떠났다. 다녀와서는 열심히 놀았다.

그리고 춘천남성합창단에 들어갔다. 노래하는 것도 좋았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교직에 있으면 비슷한 사람만 만나잖아요. 합창단은 여러 연령과 직업군의 사람을 만날 수 있어요.

교직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얘기들을 많이 들었죠. 새로운 프리즘으로 다양한 각도와 면을 봤어요.”

동면 옥산가 마당에서 ‘2020 버스킹 시티, 춘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바람소리 중창단


노래가 좋다 인생이 즐겁다

 어느 날 합창단 친구들이 “우리, 밴드 한 번 해볼래?”라고 제안을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어쿠스틱 통기타밴드 ‘바람소리 중창단’이다.

‘바람소리’는 순풍에 돛 단 듯 잘 나갔다. ‘2020 버스킹 시티, 춘천’의 버스커로 선정됐고 김유정 문학촌의 주말 상설 공연팀으로도 선정됐다.

강원문화재단 공모사업인 ‘2020 삼삼오오 인생나눔활동’ 에도 선정됐다.

 “지난해 영월 김삿갓문화제와 양구군민과 함께하는 희망나눔 콘서트에도 초청됐었죠. 여러 기관에서 초청을 해주시고 재능기부 활동도 하고 있어요.”

재능기부로 밴드 공연 외에 하모니카 강습도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하모니카를 잘 불어서 보건소 앞에 있는 새마을 작은 도서관에 어르신들을 상대로 하모니카 교실을 열었다. 그렇다 보니 이래저래 바쁘다.

“퇴직 후 텃밭이나 가꿀까 했는데 바빠서 못 돌봐요. 우리집 텃밭 상추랑 고추들에게 미안하죠.

아내가 계속 얘기해요. 사 먹는 게 낫지 않겠냐고. 허허.”


조주현 씨의 어반스케치 작품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에 몰입한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이나 재능기부 활동이 줄었다.

덕분에 좋은 게 하나 있다. 좋아하는 어반스케치에 몰두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미술부였어요. 그림을 좋아했는데 못 하고 있다가 지난해 우연히 어반스케치 전시를 보러 갔다가 이거다 싶었어요.”

국어과 교사였기 때문에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는 퇴직할 때까지 문집 하나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도시 그림을 그리는 어반스케치를 접한 후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여행 다닌 도시에 대한 글과 그림을 칠순 때 전시도 하고 책도 내는 것이다.

“한번 그림을 그리면 3일이고 4일이고 집에 박혀 있어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에 몰입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지요.”

주변에서 농담처럼 그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너 국어 선생 맞아? 왜 예체능을 잘하냐?”

‘젊어서는 국영수, 나이 들어서는 예체능’. 최근 그가 깨달은 교훈이다.

타고난 재능이 있으니 그렇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재능보다는 의욕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일단 해봐야죠. 제가 욕심이 많아서 얼마 전에 드럼도 해봤어요. 늘 해보고 싶었거든요. 근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해보고 아니면 털고 나오면 됩니다. 대신 마당 한쪽에 집 짓 다 남은 석자재로 탑을 두 개나 쌓았는데 재밌더라구요.”

그는 스스로 75세까지는 이 기세로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가 75세 때 같이 목욕탕에 가서 등을 밀어드렸는데 등이 청년처럼 팽팽하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란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살 거냐고 물었더니 “뭐 그 뒤로는 조용히 그늘에서 숨만 살살 쉬며 살아야지” 라고 웃는다.

66세 청년 조주현. 그는 ‘성장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삶의 신조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지금까지 그 나이에 그처럼 젊고 활기찬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의 정기가 노래와 그림을 타고 널리 널리 공유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