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섬유 지양 친환경 제품에 관심 커져
지유미 씨(가운데)와 자녀들
미싱 소리보다 웃음소리가 조금 더 큰 곳, 요선동 서부시장 2층 에 위치한 재봉 공방 봉트리 하우스 이야기다.
이곳 봉트리 하우스 주인장 지유미(41·후평동) 씨를 만났다. 때때로 공방 이름에 대해 사람들이 묻는다고 한다.
“어떤 분은 불어냐고 물어도 보셔요, 우리끼리 재봉틀, 봉틀이 봉틀이 하다가 봉트리가 되었네요.”
경쾌한 목소리가 귀에 콕콕 박히는 지유미 주인장님은 재봉틀과의 첫 인연이 궁금하다.
“첫 인연은 2013년 가을쯤이었어요, 큰아이가 5~6개월 되었을 때인데 정말 많이 통통해서 맞는 옷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었어요.
딸인데 얼마나 예쁜 옷을 입혀주고 싶었겠어요. 무심코 지나가는데 소양강 강변에 패션학원이 있더라고요.
무작정 학원 수강을 끊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재봉틀을 만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둘째를 낳고 100일쯤 되었을까요? 독박 육아의 일상에 많이 지쳤었어요.
그러던 중 수선집을 하시는 지인이 공간을 나눠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어요.
저도 지금 돌이켜보면 무슨 생각으로 오케이를 했는지 모르겠어요. 다행히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잠깐씩 수선집을 오갈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옆에서 수선물을 받아주고 하다가 원데이클래스를 하게 되고,
프리마켓에 나가게 되면서 어떻게 알고 주문 제작이 늘면서 취미에서 업으로 변화됐다고 한다.
2016년 서부시장 1층에서 1년 반 동안 주문 제작 일과 클래스를 하면서 점점 짐이 늘어 갔고,
가정용 재봉틀 1대에서 시작을 했는데 공업용 재봉틀과 수업용 재봉틀까지 늘면서 지금의 서부시장 2층으로 옮기게 됐다.
“내 것을 만들고 싶다는 고민이 더해질 때였어요. 환경을 주제로 한 어린이집 연극에 우리 첫째가 참여해 관람하러 갔는데 그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문제가 왜 아이들의 숙제가 돼야 할까?”
이후 환경을 생각하고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며, 친환경 제품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재봉으로 만들 수 있는 제품들은 한계가 많았어요.
삼베와 소창을 이용해 수세미, 수건, 손수건, 행주 그리고 마스크 정도예요.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기도 하고, 저 스스로 만족하는 물건들을 지금까지도 만들고 있다는 것에 제 스스로를 격려해 줘요.
수업을 할 때도 되도록 합성섬유를 지양하고 염류나 가공이 많이 되지 않은 원단을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최선을 다하는 봉트리 하우스 주인장에게도 한때 슬럼프가 찾아왔다고 한다.
“코로나로 한동안 수업은 전혀 못 하고 홀로 공방에서 마스크만 만들었어요.
그래서였는지 어느 날 재봉틀도 만지기 싫어지고 몸도 마음도 아프더라고요. 9살 딸아이에게 푸념을 늘어놓았어요.
‘엄마가 코로나 마스크만 만들어서 그래. 일주일에 한 번만 엄마가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처음에는 월세만 나와도, 내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때가 있었는데,
좋아했던 마음은 없어지고 기계처럼 일만 남은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비록 코로나19로 예전처럼 수업 진행이 어려울 때가 많이 생기게 되었지만 바뀐 일상에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우리 몫이 아닐까 싶다며
우왕좌왕하지 않고 제 길을 걸어가려고 한다는 봉트리 하우스 주인장이 만들어 가는 길이 즐겁기를 응원한다.
주소 소양로 서부시장 2층 / 문의 010-5093-5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