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전 소설의 매혹| 김풍기 지음| 달아실 펴냄 | 172쪽 | 1만2,000원
신광수의 『검승전』, 신광한의 『기재기이』, 조선 후기 판소리계 소설 『강릉매화타령』, 『소대성전』,
송사형 우화 소설 『승호상송기』, 『김학공전』 등을 들어본 이는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박지원의 『양반전』이나 허균의 『남궁선생전』은 들어본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 나열한 고전소설들은 차이와 반복이 만들어내는 탁월한 서사물로 문화적 가치가 남다르다.
춘천지역을 대표하는 한시 전문가 강원대 국어교육과 김풍기 교수가 이런 고전소설의 아름다운 숲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책 《한국 고전 소설의 매혹》을 출간했다.
책을 출간한 출판사도 춘천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의 샘인 ‘달아실’이다.
춘천학 연구에도 깊이 참여하는 김풍기 교수의 이번 책은 딱딱한 제목과 달리 독자들을 부드럽고 흥미로운 고전소설 속으로 안내한다.
김풍기 교수는 이번 책에 나오는 고전 소설들의 선정 기준에 대해 특별한 선정 기준은 없고
그동안 본인이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무작위로 고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누구나 관심을 가진 흥미로운 스토리들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에 남아야 했던 일본인 검객의 파란만장 이야기 『검승전』, 시중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현재 전하는 작품 중에서 가장 오래된 판각본 소설집 『기재기이』,
양반과 기생의 질펀한 연애를 다룬 조선 후기 판소리계 소설 『강릉매화타령』, 산승山僧과 호랑이의 송사를 다룬 『승호상송기』,
17세기 명·청 교체기의 전란戰亂이 가져온 조선 민중의 애환을 지극히 사실주의적인 기법으로 그려낸 『김영철전』 등 13편의 고전 소설에 관하여
줄거리는 물론이고 시대적 배경과 현대적 의의를 함께 풀어내고 있는데,
독자는 이를 통해 우리 고전 소설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탁월한 서사를 지녔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책을 만난 독자들에게 다른 독서의 씨줄이 될 수 있게 시중에 출판되어 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을 위주로 선정했다.
또 반가운 것은 이 소설의 배경이 강원도가 많아 지역민들에게 익숙한 곳이다.
매화에게 빠진 골생원이 벌거벗고 경포대에서 노니는 스토리를 가진 조선 후기 판소리계 소설 『강릉매화타령』과
작자·연대 미상의 『강릉추월』 등은 강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박지원의 양반전은 정선을 무대로 하고 있으며, 동고어초의 『북상기』는 배경이 홍천이다. 『검승전』은 오대산이 배경이다.
강원대학교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풍기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고전문학의 메신저다.
고전문학에 관련된 그의 수많은 저작은 고전문학의 진수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학생은 물론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를 한국 고전문학의 메신저라 일컫는 까닭이다.
앞서 『어디 장쾌한 일 좀 없을까: 김풍기 교수의 옛 시 읽기의 즐거움』, 『한시의 품격』, 『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
『선가귀감, 조선 불교의 탄생』, 『옛 시에 매혹되다』, 『독서광 허균』 등을 펴냈고, 『완역 옥루몽』(전5권),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전2권, 공역)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