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춘천에 정착한 장햇살 씨(30). 인터넷 검색창에서 이름을 찾아보면 영화배우로 나온다. 5년 전 찍은 앳된 프로필 사진이 인상적이다.
영화 ‘식물생활’ ‘디바’ ‘노량대첩’ ‘오목소녀’ 등에 출연한 경력이 나열된다.
그 가운데 ‘노량대첩’은 주연으로 출연했고 ‘식물생활’과 ‘오목소녀’는 조연급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를 졸업하고 배우로 활동하다가 춘천으로 옮겨온 이유가 궁금해졌다.
춘천 매력에 푹~ 빠진 6개월
연기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 시작했다. 여러 오디션을 통해 크고 작은 영화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서울에서 살며 연기를 계속했다. 배우가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왜 연기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자신이 도시 타입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엄마가 계신 춘천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게 5월이었다.
햇살 씨는 여섯 달 춘천살이를 하면서 춘천의 매력에 푹 빠졌다.
석사동 집 주변에 석사천, 안마산 등 산책할 수 있는 곳이 가까이 있고
잠깐만 차를 타고 나가도 중도나 구봉산, 우두동 등 기분 전환할 수 있는 곳이 많아 너무 즐겁다고 했다.
단편영화 ‘노량대첩’에 출연한 모습
“숲과 아이들 너무 좋아요”
최근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텃밭 농사다. 식물을 키우는 웹툰 작가에 대한 영화 ‘식물생활’에 출연하면서 식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올해 자그만 텃밭에 당근 농사를 지었는데, 당근이 풍년이었다. 숲해설가 활동을 하는 엄마가 권할 때는 농사니 숲이니 관심이 없었다.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관심이 생기니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6월부터는 유아숲지도사 공부를 시작했다. 나이 서른에 꼭 맞는 적성을 찾았다고 했다.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요. 특히 실습을 나가서 만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도 놀랐어요. 제가 아이들을 이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어요.
이런 제 적성을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걸 그랬어요.”
유아숲지도사란~
유아숲지도사는 산림청 등 숲해설가 교육과정 운영기관에서 운영하는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증 시험을 거쳐야 한다.
춘천에는 교육 프로그램이 없어 서울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주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야외 실습이나 실제 수업 중 유아숲지도사의 보조 역할로 참여하고 과정을 익히고 있다.
유아숲지도사는 유아를 대상으로 숲에서 재미있게 놀면서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주고, 생태 지식을 전해 주는 역할을 맡는다.
햇살 씨는 연극이나 인형극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시험에 합격한 뒤 유아숲체험원 등에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아숲지도사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동그라미 공방’과 인형극 만들어
유아숲지도사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연기에 대한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학부 때 무대 미술 하는 친구와 연기하는 친구들이 모여 만든 ‘동그라미 공방’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매주 모여서 워크숍을 진행하며, 다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인형을 직접 깎아 만드는 과정부터 그 인형이 배우들의 손을 통해 살아난다는 내용을 담은 ‘핸드메이드 씨어터 (Handmade Theater)’ 작품을 제작했다.
문화서울역284에서 언택트로 생중계 공연을 했고, 춘천인형극제에서 진행한 인형극 영상문화제에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청년들과의 연대 모임 만들고파”
햇살 씨는 춘천에서 하고 싶은 일이 무궁무진하다.
매일 산책하며 찍은 동영상을 개인 SNS에 ‘오늘의 산책일지’로 올리고 있다. 일제 강점기 등 근현대사에 관한 책을 읽는 독서 모임에도 가입했다.
춘천에서 진행되는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높은 수준에 깜짝 놀라기도 했단다.
“춘천은 문화적 기회가 많은 도시예요. 어렸을 때 봤던 춘천마임축제의 도깨비 난장에 대한 기억도 선명하고요.
서울만큼 다채롭지는 않지만, 분명한 색깔이 있고 즐길 거리도 많아요. 청년들을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도 많은 것 같아요.
올해 유아숲지도사 공부로 시간 내기가 어려웠지만, 내년부터는 춘천 청년들의 다양한 연대 모임에 참여하거나 직접 청년 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