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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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9

2020.12
#봄내를 꿈꾸다
백세시대 멋진 골드 12
자원순환과 기간제근로자 장규섭
앞주머니엔 손수건 뒷주머니엔 에코백
백세시대 멋진 골드 코너가 이번 달로 마감된다.
그간 이 코너에 맞는 골드를 찾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다녔는데
마지막인 걸 어떻게 알았는지 반가운 사람이 직접 봄내편집실로 찾아왔다.
젊어서는 만두를 빚고 지금은 환경정화를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
30년 동안 춘천 명물 만두가게 별미당을 운영했던 장규섭 씨다.




쓰레기 문제에 눈뜨다

 “저는 춘천시 자원순환과 기간제 근로자입니다. 이 점을 꼭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왜냐면 기간제 근로자가 환경을 위해 이렇게 뛰고 있는데 시에 높은 분들이나 공무원들이 가만히 있어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기간제 노동자가 앞장서면 시청이나 관공서 직원들도 따라오겠죠. 그러면 시민들도 따라오겠죠.”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앞주머니에서는 손수건, 뒷주머니에서는 곱게 접은 얇은 에코백이 나왔다.

 그가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자원순환과 기간제 근로자로 클린하우스를 관리하면서부터다.

주택가 쓰레기 배출 장소인 클린하우스에서 쓰레기 불법 투기를 감시하는 일을 하면서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요즘은 클린하우스 바닥을 물로 청소하는 일을 5인 1조로 하루 8시간씩 하고 있다.


그는 이 시대의 선先은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그동안 신문사에 투고한 환경 관련 기사들을 보여줬다.

시 자원순환과에 넣은 제안서도 보여줬다. ‘일회용 음식 용기 처리 계도 방안’이라는 제목이었다.

 “배달음식을 먹은 후 용기를 씻어서 배출해야 한다는 전단지를 시에서 만들어서 업소에 배포하자는 내용입니다.

전단지를 배달음식에 의무적으로 동봉하게 하는 겁니다. 씻지 않은 용기는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는 종량제봉투 제도가 도입된 지 25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비율이 30%가 넘는다며 낮은 시민의식을 개탄했다.


서면대교 한백록대교로 이름 짓자

 장규섭 씨는 자원순환과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기 직전 2년 동안 고은리 대룡산 입구에서 산불감시원으로 일했다.

그곳 주민의 말에 의하면 그때도 그는 의로운 ‘산불감시 할배’로 유명했다고 한다.

등산객을 위해 쉬어 갈 의자를 만들고 엉뚱한 곳에 잘못 세워진 표지판을 등산객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위치로 바꿔 달라고 해당 부서에 알려 시정하기도 했다.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버스 시간표와 콜택시번호도 직접 써서 정류장에 붙여뒀다.

 

그는 역사의식도 투철하다.

시내와 중도를 잇는 춘천대교가 놓일 때 그 다리의 이름을 ‘한백록 춘천대교’로 명하자고 관계부서에 민원을 넣었다.

“한백록 장군은 서면 방동리 출신으로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과 함께 옥포해전을 승리로 이끈 분입니다.

미조항 싸움에서 전사하셨죠. 이런 위대한 분을 우리 춘천 사람이 알려야지 누가 알립니까? 춘천 사람 10명 중에 한 명도 모를 겁니다.”

그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 곧 건설될 서면대교(가칭)를 한백록대교로 이름 짓는 것이다.

한백록 장군의 생가가 서면에 있는 만큼 이번에는 명분도 확실하다.

그의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클린하우스 바닥을 청소 중인 춘천시 자원순환과 근로자 장규섭 씨


30년 동안 별미당에서 만두 빚던 그때 그 사람

춘천에서 오래 산 사람 중에 ‘별미당’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쇼트닝으로 튀겨 왠지 몸에는 안 좋을 것 같지만 마약처럼 자꾸 땡겨 일명 불량만두로 불리는 그 만둣집.

장규섭 씨에게 젊었을 때 무슨 일을 했냐고 물었을 때 30년 동안 별미당을 운영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라고 반가웠는지 모른다.

“1976년인가부터 2007년까지 30년 동안 만두를 빚었죠.

그 당시 춘천에서 학교 다닌 학생들은 한 번쯤은 다 우리 가게 만두를 맛봤을 겁니다.

만둣집들이 나란히 있지만 우리 가게가 원조였죠. 나이가 들고 힘들어서 다른 분께 넘겨줬는데 그때 만난 분 들을 길에서 만나면 지금도 아주 반가워해요.”

그 시절은 다들 가난해서 만두가 먹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먹다가 명절에야 겨우 용돈을 받아 아침부터 만두를 사 먹으러 오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만두 팔아서 돈 많이 벌었냐고 물어봤더니 사는 것은 행복하고 재밌는데 돈은 못 모아서 씁쓸하다고 했다.
“요즘 가을이잖아요. 감나무에 감이 토실토실하게 달려 있는 걸 보면 기분이 좀 그래요.

황혼기에 나도 저 감나무처럼 명예, 권력, 돈 같은 게 주렁주렁 달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죠. 연금도 못 받는 인생, 서럽죠.”

그래도 아직 건강해서 나이 들어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풍요롭지 않아서 씁쓸하다 말하지만 정작 돈 욕심은 크게 없어 보였다.

지난해 그는 공원 청소를 하면서 주운 빈 병을 팔아 모은 돈 30만 원을 연말 불우이웃 성금으로 기부했다.
나만 잘살면 그만인 세상에 남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사람.

78세라는 나이 때문인지 주름도 많고 눈에서는 진물이 날 정도이지만 피를 토할 듯 환경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그를 보며

지속가능한 도시 춘천이 되려면 그와 같은 시민이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와 같지 않아도 좋다. 자연에 민폐 끼치는 일은 진짜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로운 시민 장규섭 씨가 건강해서 지금처럼 오래오래 아름답게 살았으면 좋겠다.